코끝을 스치는 날 선 바람이 어느덧 겨울 문턱을 지나고 있음을 알린다. 늘 그렇듯 올해 첫날의 굳은 다짐도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골똘히 생각해야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처럼 시간은 어김없이 지난다. 그렇게 부지런히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쉬이 바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는 좋은 책을 읽으며 느낀 감동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책은 나의 시간을 함께해주는 좋은 벗이기에.


올해도 수많은 책이 지난 열달 동안 독자를 웃기고 울렸다. 이번에는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을 함께 보내기에 좋을 법한 책을 소개한다. 음악 평론가 최은규씨가 펴낸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다.




이 책은 책 읽기와 음악 듣기를 모두 좋아하는 이들에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기 위해 날씨와 그날의 상황을 고려하듯 그날의 음악을 고르는 데도 신중한 음악애호가라면 말이다. 책의 목차에서 흥미로운 것은 많은 음악 장르 중 특히 기악분야가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음악평론가인 저자의 전공이 현악기인 점을 고려할 때 우연은 아닐 것이다.

클래식 연주회에 자주 가는 독자라면 오케스트라에서 각 악기의 자리 배치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 평소 궁금했을 것이다. 지난 10월 스위스 유스 오케스트라 서울 공연의 경우, 일반적인 배치와는 달랐다.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이 지휘자의 왼쪽에, 또한 퍼스트 바이올린주자들 옆에 첼로 주자들이 앉았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식과 독일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제3장에서는 십년 넘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명곡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비발디'를 시작으로 작곡가와 대표곡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반주와 함께 해설한 부분을 읽고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감동이 배가된다. 마치 피아노 선율로 그림을 그리듯 표현한 슈베르트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겨울 초입에 듣기에 딱 좋은 음악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클래식을 에세이와 신화로 엮은 4장과 5장이라고 할 수 있다. 4장 ‘감상의 묘미를 더하는 클래식 에세이’에는 테마별 클래식 명곡들을 다루며 음악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5장 ‘신화의 세계를 담아낸 클래식 이야기’는 명곡에 담긴 신화 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진진한 신화를 읽으며 클래식 명곡을 떠올리면 그 흥미가 배가된다.


음악에 정답은 없다. 감상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유롭게 즐기는 여행길에서도 마음 맞고 지리에 밝은 좋은 길잡이가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한층 더해지듯 음악여행의 좋은 길잡이를 만난다면 음악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클래식에 이제 막 입문하려는 사람, 클래식을 오랫동안 접하고 있지만 클래식의 진수를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최은규 지음 | 소울메이트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