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영 열린사이버대학교 경영학과 특임교수와 백선아 경제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하시죠.
최근 컴백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싸이가 몇년 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자신이 ‘신라면’ 모델을 하겠다고 역으로 제안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강남스타일’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싸이는 미주지역 ‘신라면’ 모델로 발탁됐는데 미주지역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방위적으로 자신을 라면모델로 써달라며 어필했다. 싸이가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영상이 큰 화제가 되자 농심은 당시 신제품 ‘블랙신라면’의 광고모델로 발탁했고 이 라면은 국내외에서 ‘싸이 라면’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이 라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 덕분에 중화권 지역으로의 라면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젠 한국라면이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 등 세계로 퍼지고 있다.
미국 NBC는 선수촌 매점에서 판매하는 컵라면에 대해 “미국의 햄버거에 필적하는 인스턴트식품”이라며 국민식품급으로 평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B2C 해외직판 가이드북 ‘알고 가자! B2C’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쇼핑몰에서 젊은층의 한국산 라면과 컵라면 구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서민 허기 달래주던 라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산 라면은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했다.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의 라면 제조기술을 도입하면서 국내 라면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남은 음식을 모아 끓인 꿀꿀이죽이 5원이고 김치찌개 한그릇이 30원이었는데 닭고기맛 삼양라면은 단돈 10원으로 맛과 포만감을 모두 만족시켰다.
그 당시 정부는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라면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라면에 ‘분식의 총아’, ‘식량난 해결의 역군’ 등의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삼양라면은 당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출시 6년 만에 매출액이 300배 이상 급증했고 뒤를 이어 농심과 팔도, 오뚜기 등 후발주자가 라면제조에 뛰어들면서 라면시장의 판이 커졌다.
특히 1972년 3월 삼양식품은 업계 최초로 끓인 물만 부으면 3분 만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출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컵라면은 간편함과 감칠맛으로 외국인에게도 인기를 끌었고 ‘육개장 사발면’은 하루에 23만개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국라면은 매운맛이 강조돼 세계의 다른 라면과 구분된다. 지금도 매운맛 라면의 대표제품으로 사랑받는 농심 ‘신라면’은 1986년 출시 이후 2년 만에 라면시장의 절반 이상(50.6%)을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라면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그 진가를 전세계인에 알렸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며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매회 라면 먹는 장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당시 라면의 인기는 대단했다.
오늘날 라면은 서민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에서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젊은층에서는 “우리 집에서 커피 마시고 갈래?” 대신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이 관계 진전을 표현하는 대사가 될 정도다.
국내외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압도적인 라면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한국인의 1인당 면류 소비량을 연간 9.7kg으로 집계했다. 면요리 강국인 일본의 1인당 면류 소비가 9.4kg으로 나타나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라면이 한국의 면류 소비 중 70% 이상을 차지, 1인당 라면 소비량에서 세계를 압도한다.
국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5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라면 소비는 세계 톱이다. 지난해 출하액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라면 소비는 약 76봉지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2010년 69개, 2013년 74개에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의 뒤를 이어 베트남(55개)이 2위, 인도네시아(53개)가 3위를 차지했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1인당 라면 섭취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43개에 그쳤다.
◆라면시장 다양화…‘수출효자’
라면시장도 더욱 다양해졌다. 4년전 빨간 국물이 대세였던 시장에 하얀 국물 라면인 ‘꼬꼬면’이 등장, 혁명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고소한 짜장라면인 ‘짜왕’이 라면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올해 10월까지의 라면 매출액에 따르면 짜왕은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경기에서 매출액 2위를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10~40대 500명에게 올해 구매 경험이 있는 라면별 구매비중을 조사한 결과 빨간 국물 라면(94.4%)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짜왕’과 ‘비빔면’ 등의 인기에 힘입어 비벼 먹는 라면(79.8%)도 구매비중이 상당했으며 독특한 굵은 면발 라면(45.6%)도 많은 소비자가 구매했다.
라면은 수출시장의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한다.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3억2022만달러(약 3756억원)로 수입액 1억3985만달러(146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만 1억8000만달러(211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또 해외수출 비중에서도 한국라면의 우수성을 빛냈다. 지난해 국내 면류 수출액은 3억2000만달러(약 3754억원)였는데 이 중 65.1%가 라면이다.
실제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의 동네슈퍼나 대형마트에 가면 대부분 농심·오뚜기의 봉지라면이나 컵라면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한인교포가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라면의 구매자는 대부분 현지인이다. 그만큼 라면을 포함한 한국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02년부터 봉지나 용기 등 즉석라면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미국의 ‘라면 레이터’에 따르면 미국 현지공장을 가진 농심의 ‘신라면’이 미국에서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라면 1위로 선정됐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라면 중에도 농심의 ‘순야채라면’과 팔도의 ‘치즈라면’이 각각 4위와 5위에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라면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건 사실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좀 더 보수적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라면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글로벌 라면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세계 라면수요가 연 1000억개를 넘어선 이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또 라면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이 강한 일본의 시
장지배력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산 라면도 무섭게 성장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라면의 세계적인 인기가 여전하겠지만 장기성장성은 국내기업보다 글로벌경쟁력을 키우는 중국의 식품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