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지난해 발발한 이른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관련 폭스바겐코리아 측이 리콜 방안을 성의 없게 제출하는 등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우습게 본 데 대한 일종의 ‘괘씸죄’인 셈이다.

고소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폭스바겐 독일 임원들이 “리콜 해결책을 협의하자”며 세종시에 있는 환경부로 직접 찾아왔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앞서 내놓은 성의 없는 리콜방안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국소비자가 이런 대접을 받은 건 우리 정부 탓일지도 모르겠다. 디젤게이트 발발 직후 미국·유럽 등 각국의 정부가 나서 폭스바겐을 규탄할 때 우리 정부는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미국이 폭스바겐에 소송을 걸어 107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청구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작 141억원의 과징금을 청구하는 데 그쳤다. 이번 고발건 또한 사실은 앞서 시민단체가 먼저 진행한 사안이어서 ‘뒷북 고발’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부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관련된 사항을 취재하며 기자들은 외신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에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국의 법이 어떻든 독일 본사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것. 그렇다고 국토부나 환경부가 본격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 것도 아니다. 답답함을 느낀 소비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미국서 ‘원정소송’까지 감행할 정도였다.


폭스바겐은 이번 고소가 있기까지 한국에서 판매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15대 차종에 판매금지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 폭스바겐은 남은 차량을 법인명의로 구매했다. 중고차로 판매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이 뒤따랐다. 지난해 11월에는 무차별 할인공세로 법인설립 후 월 최다판매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한국시장에서 수입차업체의 횡포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가 문제 제기를 하면 인정하지 않다가 해외에서 리콜이 시작될 경우 ‘자발적 리콜’이라는 미명 아래 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소비자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고가 수입차를 구입하고도 구매 이후에는 오히려 업체로부터 ‘갑질’을 당했다.

현대사회에서 국가는 초국적기업으로부터 자국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런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비자 보호보다는 기업 보호에 익숙한 정부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기업보다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