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교육에서 기술의 발전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배양할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과 교육이 접목된 여러 방법론이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으로 흩어져버리는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다."


박광현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는 오는 2018년부터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의무화되는 SW교육에 대해 기대와 확신을 드러냈지만 한편으로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놨다. 현재 국내 SW교육과정의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지만 교육 외적인 변화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광현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다만 박 교수는 SW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대학입학시험전형의 형태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SW교육의 핵심은 지식의 단순주입이나 성과 위주가 아닌, 창의력과 논리·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으로 이런 의식을 갖춘 인재가 앞으로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왜 SW교육에 주목하는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소프트웨어교육 운영지침’에 따르면 SW교육은 '컴퓨팅 사고력'(CT)을 갖춘 창의·융합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다. 컴퓨팅 사고력이란 컴퓨팅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다.

박 교수는 "SW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내지는 '코딩' 교육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문제들을 인식→분석→해결하는 논리적 사고력이 필수"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생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흔히 CT를 컴퓨팅 지식(프로그래밍)과 혼동하지만 책을 정리하기 위해 일정한 조합으로 분류하거나 지갑을 방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기억을 뒤집어보는 사고의 흐름 등은 컴퓨터알고리즘과 맞닿아 있다.


이를 소프트웨어에 활용하면 학생이 수행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어 교육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과학적 개념과 사고를 향상시키는 '언플러그드 활동'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전등을 켜고 끄는 동작으로 컴퓨터의 디지털 언어인 이진수를 표현한다"며 "간단해 보이지만 CT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본격적인 SW교육을 진행하기 전에 적용할 수 있으며 신체활동, 로봇 등 다양한 교보재를 활용해 교육의 집중도를 높일 수도 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익히는 체험교육이 교과서와 씨름하며 익히는 교육과 효과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박 교수는 "놀이나 흥미 위주로만 교육이 끝나지 않게 균형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SW교육 어디까지 왔나


박 교수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이미 SW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적으로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이른바 SW교육 선진국들은 컴퓨터과학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SW인재 육성에 나선 지 오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초 "SW교육은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기본기술"이라며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 프로젝트'에 약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SW교육은 이들 나라보다 정부 지원과 사회적 환경이 뒤떨어졌지만 잠재력을 보유한 분야가 있다. 바로 교보재다. 박 교수는 "국내에는 SW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보재업체가 있다"며 "세계적으로 교보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SW교육의 가장 중요한 축인 피지컬컴퓨팅 교보재시장의 약진이 눈에 띈다. 피지컬컴퓨팅은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를 통한 정보전달을 넘어 물리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프로그래밍 기술을 발전시켜 미래 국가경제의 원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입시제도 등 교육 외적 변화 시급

교육의 효율화와 국가 경쟁력 제고 등의 이점에도 SW교육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박 교수는 "'줄세우기'에 급급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 탓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SW교육도 '하나의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즐겁게 SW교육을 받아도 고등학교에 가면 입시에 집중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SW교육이 단절되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되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입시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SW교육이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대학교들이 소프트웨어 특기생 선발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사교육 바람이 불고 있다.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문제는 역량 있는 교사의 확충과 궤를 같이 한다. 박 교수는 "SW교육은 전문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교육능력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너무 많을 것을 알려주거나 배울 것을 강요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W교육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을 증진하는 교육"이라며 "SW교육이 정착된다면 토론과 발표가 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종국에는 현재 교실의 분위기와 입시과목 등도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