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수요일 (맑음)




몇 달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동쪽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점괘를 믿고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음료 서빙과 화장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머리 사장을 찾아다녔다. 대머리라는 대머리는 "사장님?"이라고 부르며 쫓아갔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그러다 청소 카트가 쓰러져 괜히 엉뚱한 사람에게 구정물을 뒤집어 씌우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구정물남'과 공원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만났다. 아까의 일을 사과하며 세탁비를 주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하며 한숨만 쉬었다. 한숨 쉬면 있던 복도 다 나가는데 아무래도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잃었나 보다. 그에게 "돈 벼락 바라지 말고 몸을 써라. 관상이 머리보단 몸이 낫다"는 위로(?)의 말과 함께 부적을 하나 줬다.





친구 달님이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게임 시연회 직전 퇴사한 직원들이 암호를 바꿔놨다며 풀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알바비 따따블'이란 말에 호텔로 발길을 돌렸고, 시연회 무대에서 카지노와 공원에서 만났던 남자를 또 한 번 봤다. 그는 바로 IQ 200의 수학 천재이자 게임회사 제제팩토리 대표 제수호였다. 그런 그에게 공원에서 머리보단 몸을 쓰라는 말을 건네다니.





게임의 암호를 푸는데 성공했지만, 버그가 발생했고 당황한 제수호는 급기야 쓰러지기까지 했다. 시연회는 망쳤고 무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기절한 제수호를 상황실로 옮겼고 깨어난 그가 괜찮은지 확인한 후 자리를 뜨려는 찰나 다짜고짜 나를 산업스파이로 몰기 시작했다. 제수호는 내 토끼 탈을 벗기려고 몸싸움을 벌였고, 난 그의 낭심을 걷어차면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제수호, 내가 산업스파이라고? 덮어씌우는 데 정말 어이가 없다. 그 사람 스트레스 완전 심해 보인다. 원래 돈 많이 벌고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밖에 몰라 점점 외로워지고 난폭해진다고 하던데. 평소에 갑질을 얼마나 했길래 시연회날 직원들이 작정을 하고 깽판을 칠까. 인간적으로 정이 손톱만큼도 있으면 못 그럴텐데. 이제 제수호 회사 쪽으론 방귀도 안 뀔거다.







<재킷 '랩', 귀걸이 '제이에스티나', 블라우스 '오브제', 멜빵 데님 탑 'SYJP', 가방 'MM6', 샌들 '닥터마틴'>
 

[Editor's Note]




지난 5월 25일 방송한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 1회에선 심보늬(황정음 분)와 제수호(류준열 분)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이 그려졌다.





이날 황정음은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 캐릭터를 패션에서도 그대로 살렸다. 그는 블라우스 위에 데님 멜방 탑을 레이어드 해 입은 뒤 다양한 패턴이 조각조각 연결된 티어드 스타일의 롱스커트와 카키색 트렌치 코트, 여기에 양말과 브라운 컬러의 샌들 조합으로 개성 강한 '보헤미안 룩'을 연출했다.








사진. MBC '운빨로맨스', 화이브라더스, 각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