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나 업무에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요통, 즉 허리통증이다. 281가지의 다빈도 질환 중 1위를 차지한다.


허리통증은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평생 살아가면서 60~90%의 성인 남녀가 요통을 겪는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요통은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인간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질환이다.

컴퓨터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다 보니 30~40대에도 퇴행성 디스크 환자가 증가했으며 허리디스크 수술 횟수도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허리디스크’ 진료인원은 2010년 161만4820명에서 2014년 196만7564명으로 5년새 약 35만명(21.8%) 증가했다. 연평균 5.4%씩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총진료비도 4603억원에서 5548억원으로 약 945억원(20.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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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 신중히 선택해야

요통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필자가 요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것은 다수의 환자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환자는 척추관협착증으로 20년 이상 고생했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차례의 수술과 재활 등 온갖 치료를 다 받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산에 거주하는 이 환자는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 광고를 보고 서울까지 와서 진료를 받으려고 했다. 해당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닌 상담사가 나와 이전에 받은 수술이 잘못된 수술이었다며 새로 나온 치료법이 있으니 병원의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 받을 것을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시한 치료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치료법이 잡다하게 많거나 새로운 치료법이 계속 등장하는 질환은 역설적으로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여긴다. 양방과 한방을 통틀어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고 온갖 민간요법이 판을 치는 이유는 그만큼 해당 질환의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병을 치료할 때는 치료법과 후유증, 부작용, 비용 등을 잘 알아보고 담당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확신이 들었을 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광고나 TV에 소개된 내용만 보고 맹신해 선택했다가는 병이 낫기는 커녕 오히려 더 나빠져 나중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때 이전 치료가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MRI. /사진=이미지투데이

◆ 영상검사 맹신해선 안돼

임상에서 진찰하다 보면 환자들이 그간의 병력을 이야기하며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요추 몇번 몇번이 안 좋다더라”, “몇번 디스크가 튀어나왔고 몇번 몇번 척추 사이가 협착이라고 한다” 등의 이야기다.

통증질환은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다.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상의 소견과 임상증상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의학 분야 선진국 학자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CT나 MRI상에 디스크탈출이 보이는 사람이라도 전혀 아프지 않고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영상검사상 전혀 이상이 없는데 여기저기 아프다는 사람도 많다.

이는 매일 통증환자를 접하는 임상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즉, 영상으로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원인이 통증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만성요통’이다.

영상검사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성요통을 비롯한 통증질환의 원인 중에는 영상검사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영역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인체는 소우주(小宇宙)라는 말이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원인은 다양하고 이 중에는 현대의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증상에 대한 자세하고 체계적인 문진(問診)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지면서 하는 촉진(觸診), 이학적 검사 등을 모두 생략한 채 CT나 MRI와 같은 영상검사에만 의지해 척추질환으로 결론내는 것은 다양한 원인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주류의학으로 통합된 카이로프락틱 의학에서는 전체 만성요통의 약 40%가 요추의 디스크나 협착이 아닌 등쪽에서 하부흉추와 상부요추가 이어지는 부분의 문제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임상에서 보면 실제로 절반 가까운 만성 요통환자가 병원에서 MRI나 CT를 찍고 수술을 받았는데도 호전이 안 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이 주장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질환을 치료하려는 의사는 당연히 환자와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병이 발생한 배경, 환자의 평소 식습관이나 자세 등의 생활습관, 영양 상태, 직업과의 연관성, 환자의 기저 질환과 유전적인 영향, 심지어 환자의 성격과 체질 등의 다양한 요소를 영상 소견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옳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