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새해를 전후해 제약업계 사장단·임원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업 경영진 인사는 사업의 방향성을 내다보는 가늠자다. 인사와 맞물려 진행되는 조직개편까지 들여다보면 해당 기업이 그리는 경영전략의 밑그림을 넘겨다볼 수 있다. 또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의 경우 후계구도의 무게추가 어디로 쏠리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임원 영입·승진에 담긴 방향성

보령제약은 지난해 11월 글로벌사업본부장과 의원영업본부장에 각각 녹십자 글로벌마케팅본부장을 역임한 이선욱 전무, 한미약품 의원사업을 총괄했던 정웅제 상무를 영입했다. 이번 인사는 보령제약이 앞으로 무게를 실을 사업 분야를 예고한다.

이 본부장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을 거쳐 중앙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학·의약정보분야 전문가다. 또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녹십자에서 사업개발과 글로벌 사업분야 요직을 맡았던 해외통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석이었던 글로벌마케팅본부를 총괄하며 보령제약이 자체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의 수출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졸업 후 199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의원사업총괄 상무로 일했다. 그간 팀장급이 이끌던 보령제약 의원영업본부에 본부장 자리를 신설하며 영입한 그는 내수 부진을 만회할 적임자라는 평이다.

보령제약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내수 3081억원, 수출 207억원 등 총 3288억원으로 내수 비중이 93.7%로 압도적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59% 늘었고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65.98% 감소했다. 이는 최근 1~2년 사이 도입한 ‘트루리시티’(당뇨병치료제), ‘푸로작’(우울증치료제), ‘하루날디’(전립선비대증치료제), ‘베시케어’(방광염치료제) 등의 초반 영업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이선욱 전무와 정웅제 상무는 각각 글로벌사업과 의원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영입한 것”이라며 “해당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초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양송현 녹십자지놈 부사장 외 전무 2명, 상무 7명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또 급변하는 사업환경 변화에 맞춰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전략기획실을 신설했으며 기획조정실을 단기 운영과 미래전략 영역으로 나눠 운영기획실과 사업기획실로 분할했다.


국내 영업부문도 개편했다. 마케팅본부를 신설하고 제제별로 나눴던 조직을 영업채널에 따라 종합병원과 클리닉부문으로 재편했다. 이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녹십자 관계자는 “인사는 분야별로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중용했고 조직개편은 미래전략 기능 강화와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번 녹십자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35)이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캐나다법인인 GCBT는 혈액제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혈액제제는 백신과 함께 녹십자의 주력 사업이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장남인 허 상무는 앞으로 GCBT에서 경영관리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 허영섭 전 회장의 아들인 은철(46·녹십자 사장)·용준(44·녹십자홀딩스 부사장) 형제로 쏠리는 듯했던 후계구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후계구도에서 앞서나갔던 은철·용준 형제의 녹십자그룹 지주사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각각 2.55%, 2.63%에 불과하다. 현재 직위와 나이만 보면 허 상무가 한참 뒤처진 형국이지만 앞으로 허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11.56%를 아들에게 물려주면 허 상무는 자신의 보유지분(0.51%)을 더해 후계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선욱 보령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왼쪽). /사진제공=보령제약. 정웅제 보령제약 의원영업본부장(중앙). /사진제공=보령제약. 함은경 JW바이오사이언스대표(오른쪽). /사진제공=JW홀딩스



◆글로벌 사업·조직관리 효율 강화

JW그룹은 지난해 12월 초 단행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 JW홀딩스의 글로벌 사업과 그룹 관리업무 효율화를 위해 경영관리실을 신설하고 구매지원실을 SCM본부로 확대 재편했다. 또 연구개발(R&D)·기획 기능을 JW중외제약으로 일원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에 따른 후속 인사로 한성권 JW중외제약 대표를 JW홀딩스 사장으로, 전재광 JW홀딩스 대표를 JW중외제약 부사장으로, 함은경 JW생명과학 부사장을 JW바이오사이언스 대표로 발령했다.

특히 함 대표는 JW그룹의 첫 여성 CEO로 눈길을 끈다.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JW그룹에 입사한 함 대표는 개발팀장, JW중외제약 비서실장, JW홀딩스 경영지원실장, JW생명과학 경영기획실장, JW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 등 신약개발과 경영전반을 골고루 경험한 원조 JW맨이다.

함 대표 승진 발령은 JW그룹의 성별을 가리지 않는 능력 중시 인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JW홀딩스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핵심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큰 틀 안에서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했다”며 “각 기능별 조직역량을 극대화하고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휴젤은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를 열고 손지훈 동화약품 사장을 공동대표로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손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전문경영인으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세일즈 애널리스트, 동아제약 해외사업부 전무, 박스터코리아 대표 등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거쳤다.

특히 2016년 1월부터 동화약품 대표를 맡아 몽골, 캄보디아 등과 독점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중동·북아프리카 12개국에 기술수출을 하는 등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휴젤 측은 “손지훈 대표는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경험한 경영전문가로 글로벌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휴젤의 국내외 사업 강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