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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하다. 소비자에게도 그렇고 자동차업계에도 그렇다. 자립하기 위해선 인센티브 정책으로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

수요를 늘리고 규모의경제를 이룩하면 자생적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이유에서 각 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보조금)에 많은 예산을 할애한다.


우리정부도 2014년부터 민간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보조금을 더하면 내연기관차와 가격 차이는 적었지만 1회충전 운행거리가 100km 안팎에 불과한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는 드물었다.

2016년 정부는 연간 1만대 보급을 목표로 정하고 중도에 국고보조금을 200만원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을 펼쳤지만 실제 보급은 5914대에 그쳤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가능성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2세대 전기차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며 관심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주행거리 300km 이상의 전기차는 보조금과 연계된다면 수요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판매가능한 물량이 적었음에도 지난해 보조금이 배정된 1만4000대는 거의 판매됐다.


문제는 올해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일렉트릭 등 대량공급이 가능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량이 부족했던 쉐보레 볼트EV도 5000대를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보조금 규모에 비해 수요나 공급이 부족했던 반면 올해부턴 수요와 공급이 충분하지만 보조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 보조금 ‘출고 선착순’ 도입한 이유



업계에선 올해 보조금을 배정한 2만대가 순식간에 동날 것 이라고 내다본다. 완성차 업계가 인기 모델의 공급을 늘릴 예정인데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보조금 막차가 될지 모른다’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연초부터 열기가 뜨겁다.

한국지엠의 쉐보레 볼트EV는 최근 실시한 사전예약에서 준비예정인 물량 4700여대가 3시간만에 동났다. 현대차가 올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코나EV도 사전예약 접수 물량인 1만2000대가 금새 동났다.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예약물량인 3000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전예약을 조기에 시작한 두 업체의 3개차종만 해도 1만9000대를 넘어서는 셈이다. 여기에 사전계약이 허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두 업체는 대기예약을 별도로 받고 있다.

르노삼성 SM3 Z.E., BMW i3, 테슬라 모델S 등 전기차를 보유한 다른 브랜드들이 사전계약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시장에 진입할 모델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아차 니로 일렉트릭, 재규어 I-페이스 EV 등이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전예약이 실구매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정부가 지난해와 달리 차량 출고순서대로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3년간 시행한 제도 아래서 나타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다.

기존 서류접수순 혹은 추첨제도로 계약을 받았을 땐 업체들이 실제 생산하지 못할 물량을 배정받아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구매절차를 완전히 거치고 난 뒤 차량 수령에 5개월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예상보다 수요가 집중됐지만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걸로 전해진다.

2018년 승용 및 초소형 전기자동차 차종별국고보조금 지원금액 표. /제공=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 대부분의 지자체의 경우 추첨으로 1.5~2배수를 선정한 뒤 이 중 먼저 차량이 출고되는 사람들을 보조금 지급대상으로 선발한다.

또한 500대에 한정해 지자체 지원금 없이 선착순 출고 접수도 진행한다. 추첨으로 진행할 경우 보조금 지원대수보다 많은 사람을 선정하고 2개월 안에 차량이 출고되지 않으면 선정취소되거나 대기자로 변경된다.

구매신청서를 제출하고 보조금 지원대상자 사전검토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차량이 출고 후 등록돼야 구매보조금이 지급된다. 사전계약을 실시하더라도 실제 차량을 출고하는 시점이 늦어진다면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집행의 제1원칙은 집행률”이라며 “최대한 많은 실수요자와 보조금이 매칭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전기차 인기 높을수록 어려운 보조금

정부의 올해 보조금 방침에 대해 우려와 불만도 있다. 우선 예비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선택할 때 차량의 세부 성능보다는 빨리 출고되는 차에 집중해야 하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실제로 주행거리 300km 이상의 전기차의 경우 인기가 많아 구형모델을 선택해야 차량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전기차 산업 전체로 봤을 때 산업발전에도 역행할 수 있다.

환경부는 이런 부분을 의식해서인지 국고보조금을 차량 성능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했지만 변별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비와 배터리용량 등을 기반으로 만든 공식에 따라 차종별 보조금을 책정했는데 현재 출시되는 전기차 중에선 레이EV가 706만원으로 가장 낮고 볼트EV와 모델S는 1200만원을 모두 지원 받는다.

아이오닉일렉트릭의 경우 2017년식은 1127만원을 지급받지만 올해 출시할 개선형 모델은 12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일렉트릭 등도 1200만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1100만원(여수)에 달하는 지자체 보조금은 이같은 차등기준이 없어 변별력이 부족하다.

완성차 업체가 수요를 계산해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리면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전기차 생산방식이 내연기관 차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부품인 배터리 업체가 물량을 적기에 납품해줘야 하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배터리업체가 귀하다.

지난 22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친환경차 보급정책 설명회에서는 초소형자동차에 일괄 설정된 450만원의 보조금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초소형 자동차도 성능의 차이가 있는데 일괄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환경부 측은 차후 차종이 다양해지면 차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보다 궁극적인 문제는 올해 이후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확인하고 내심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보조금을 늘려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추경을 마냥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문제다.

더욱 강조돼야 할것은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확실한 방향성이다. 앞으로 더욱 혁신적인 전기차 신모델이 지속 등장할 것이고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효과적인 보조금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집행하는데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도 고려해야 하며 너무 갑작스런 축소도 큰 반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어 주무부처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구매 인센티브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