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 예능방송에 출연한 발레리나 윤혜진씨가 심장판막증 투병 사실을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선천적인 심장판막증을 이겨내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심장판막증은 혈액을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해주는 판막이 망가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판막 질환의 원인은 윤씨와 같은 선천성과 감기 등의 질병 때문에 생기는 류마티스성, 퇴행성 등으로 나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1만9316명에서 2015년 2만5151명으로 30.2% 증가했다.

◆건강한 혈류 돕는 심장의 미닫이문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심장판막증은 심혈관 질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고령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혈액의 흐름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만큼 이제는 그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

심장은 하나지만 내부는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이뤄져있다. 심장 판막은 심장의 양측 심방과 심실의 출구 사이에 붙어있는 얇고 단단한 조직이다. 심장에서 내보내는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심방에서 심실로, 심실에서 대동맥 혹은 폐동맥으로 흐르도록 돕는다.


즉, 혈액이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혈액이 다 지나가면 문을 닫아 통로를 제어한다. 일종의 미닫이문과 같은 개념으로 승모판막, 삼천판막,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이 있다.

한때 심장판막증은 류마티스성 열(rheumatic fever)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류마티스성 열은 연쇄상구균의 감염 후 생기는 염증성 질환인데 대부분 목감기를 앓고 난 후 발병한다. 심장, 관절, 중추신경계 등에 영향을 주는 류마티스성 열은 소아의 후천성 심장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들며 류마티스성 열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로 판막질환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퇴행성 변화로 판막이 두꺼워지면 열리고 닫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판막 협착증, 심장판막 폐쇄 부전증과 같은 심장판막증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협착증은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를 말하고 심장판막 폐쇄 부전증은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심장판막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초기에는 운동과 같은 움직임이 있을 때 숨이 가쁘지만 병이 진행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찬 증상이 느껴진다. 앉아있을 때보다 누웠을 때 더 숨이 차기 때문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이유다.

이외에도 가래를 뱉었을 때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가슴 통증, 심장의 두근거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판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판막증은 청진 시 심장에서 잡음이 느껴지면 X-ray 검사를 통해 심장이 비대해졌는지, 폐에 물이 차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심전도 검사로 부정맥이나 심방 확장의 소견을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한다면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한 심장판막증의 경우 정기적으로 관찰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는 평소에 관심을 갖고 대비해왔던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심장판막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 주치의와 정기적 상담 및 심장 초음파검사 등을 받음으로써 심장판막증의 진행 여부를 진단하고 심부전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 실패하면 약물·수술로 치료

환자가 뚜렷한 증상을 호소하고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이뇨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약물 치료로도 효과가 없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큼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장판막증 수술에는 판막성형술과 판막치환술이 있다. 판막성형술은 심장판막 협착증이냐 심장판막 폐쇄부전증이냐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자의 경우 협착이 생긴 부위를 절개해 판막이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후자의 경우 늘어난 판막의 모양을 교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방법은 판막을 전부 떼어내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수술 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고 판막성형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도 적은 편이다.

판막치환술은 손상된 판막을 완전히 제거해 그 위치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인공판막을 대동맥 판막륜에 봉합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무봉합 대동맥인공판막치환술(SAVP)’은 그 과정을 생략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관(카데터)을 삽입하는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은 가슴을 열지 않고 인공판막을 부착할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최근 무봉합인공판막치환술·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 등이 발전하면서 심장판막증 치료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판막이 고장나면 심장이 무리하게 수축해 판막 질환은 물론 심부전증,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치의의 진단에 따라 적절한 수술시기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뒤늦게 증상을 깨닫고도 나이 때문에, 혹시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은 일반인들의 생각 이상으로 발달했다.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내원한다면 더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한다면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8호(2018년 2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