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MP한강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올해 9월 만기 MP그룹(미스터피자) CB(전환사채권) 전량을 상환받았다.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영향으로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MP한강은 최근 주거래처와의 계약에서 독점 공급 조항을 파기당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정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후 악재에 시달렸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7일 보유하고 있던 300만9630주 분량 MP그룹 전환사채권 전량을 조기상환 받았다. MP그룹에 따르면 계약상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상장사 CB의 경우 5거래일 이상 거래가 정지되면 자동으로 상환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정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CB는 2015년 9월 MP한강(당시 상호 한강인터트레이드) 지분 80%를 MP그룹에 매각한 대금이다. 당시 정 대표는 매각대금 225억원 중 85억5000만원은 전환사채로 받았다. 이 CB의 전환가액은 3560원으로 241만여주에 해당했지만, MP그룹이 2016년 6월 전환가액을 2492원으로 조정하며 343만여주 분량으로 늘었다.

정 대표는 2016년부터 3번에 걸친 전환사채 조기상환으로 95억3013만원을 손에 쥐게 됐다. 3년여 간 이자로 10억원 가량을 번 셈이다. 기한이익 상실에 따라 19% 이자율이 적용됐다.


MP그룹은 전환사채 조기상환에 대해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주목할 점은 MP그룹의 주식이 거래정지된 것은 지난해 7월25일이라는 점이다. 상환의무는 지난해 7월30일부터 발생했다. 상환의무 발생 6개월 만에 상환이 이뤄진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MP그룹은 정 회장 구속과 여론 악화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MP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MP한강의 주식 192만주를 453억원에 매각하려가다 무산됐다. MP그룹은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정지 상태다. 오는 10월까지 개선기간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반면 정 대표 입장에서는 MP한강의 지분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MP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한 셈이다. 업계는 정 대표가 MP그룹과 조기상환에 합의한 것은 양쪽의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 대표는 MP그룹의 정 회장이 ‘갑질 의혹’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은데다 1심에서 일부 유죄선고를 받음에 따라 MP한강까지 미치고 있는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정 회장과 성만 같을 뿐 MP그룹과 상관없는 한강의 원래 대표다.

MP한강은 모 회사의 오너인 정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후 ‘유탄’을 맞았다. 지난해 5월 장중 371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정 회장이 구속기소된 7월 2000원대로 떨어진 이후 올해 들어 1000~2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악재도 겹쳤다. 지난 5일에는 지난해 매입액 기준 68%의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처인 ‘키스미’ 공급자가 계약에서 한국 내 독점공급 조항을 삭제했다. 또, 매출감소, 재무안정성 저하, 비정상적인 경영활동, 주요 주주변동, 주요주주의 신용리스크 증가 등의 경영환경 변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했다.

계약 변경에 앞서 주요주주들의 지분 이탈도 있었다. MP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MP한강 주식을 지난해 12월27일에 325만주를 58억여원에 장내매도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MP한강 주식 400만주를 80억원에 시간외매매했다. 매각 당사자는 에누리하우스 투자모임(50억원)과 서상현 씨(30억원)다.

2016년 10월부터 MP한강의 지분 11%(75만여주)에 해당하는 CB등을 가지고 있던 메리츠종합금융증권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보유지분을 2%대로 축소됐다.

업계는 MP한강의 이런 악재에 MP그룹의 정 회장으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여러가지 비판을 받았다. 정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재판부와 연고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부가 변경됐고, 재판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받은 동생이 3억원의 세금 체납으로 신용불량자 상태라는 점 등이 밝혀졌다. 또, MP그룹은 양형위원회 현직 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다 취소하고 같은 법무법인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MP그룹 관계자는 "회사 자금 사정으로 MP한강의 정 대표에게 상환이 늦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