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 나 사는 거 한번 보여드려요? /새벽부터 일어나 / 지옥을 뚫고 출근을 해 /아침부터 부장님한테 깨져 / 정신차리면 점심시간 /이때 잠~깐 좋아 잠깐. / 낮에 은행 갈 시간이 있을 것 같아요? /퇴근시간이 퇴근시간이 아냐 /안 끝나 /내가 죽어야 끝나려나봐 일이 /집에 들어오면 /숨이 막혀서 맥주 한캔 먹으면 뻗어 /끝 /봐서 알겠지만 돈 벌어도 /투자할 시간이 없으니까 /통장이 늘 텅텅텅텅장이야 /이런 날 보고 투자를 하라고요?

2030의 공감을 받아 유명해진 한 증권사의 유튜브 광고 배경음악이다. 젊음으로 반짝거릴 것만 같은 2030 세대의 현실은 생각보다 팍팍하다.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입사해도 신입사원의 업무량은 엄청나고 월급통장조차 관리할 시간이 없다.

1960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고성장기를 거치면서 부를 축적할 기회가 많았고 주택비용부담도 적었다. 저성장기 세대인 2030·3040세대는 주거비용만으로도 발목이 잡히고 저금리에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도 없기에 자산을 불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2030세대 재무 체력은?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노후 생활비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미래세대로 갈수록 가파르게 줄고 있다. 수익비는 급여수입을 보험료 지출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1930년생의 수익비는 4.82배, 1980년생의 수익비는 2.08배, 2030년생의 수익비는 1.65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면 된다’던 이전 세대와 ‘해도 안된다’는 지금 세대, ‘티끌 모아 태산’이 됐던 세대와 ‘티끌 모아 티끌’밖에 안되는 세대. 다른 세대보다 녹록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기에 50년 후의 노후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2030세대에게 진언하고 싶다.

물론 젊은이에게 자신의 80세에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해보라면 막막할 것이다. 제대로 뛰어보지 않은 사람을 마라톤 출발선에 세우는 것과 같다. 하지만 뛰기로 마음먹었다면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를 뛰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나의 컨디션과 체력 수준이 어떤지 점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시간에 걸친 자산관리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본인의 재무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어렵고 복잡한 작업 아니냐고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웬만한 금융회사 홈페이지나 앱에 있는 노후 및 재무설계 프로그램은 의외로 간단하다.

100세시대준비지수를 예로 들어보자. 준비지수란 본인의 예상 수명시기까지의 목표 노후 자산에 비해 현재의 노후 준비 자산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현재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미래의 자산상태를 예측해 볼 수 있다.


100세시대준비지수는 로그인 없이 간단한 입력만으로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 로그인하면 보다 상세한 분석 결과를 알 수 있다.

간단 진단용의 입력 정보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액, 현재 퇴직연금액과 개인연금액, 기타 보유 중인 금융자산 정도다.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은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면 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준비지수가 90~110%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90% 미만인 경우는 부족상태, 110% 초과인 경우는 여유상태로 평가한다.

◆노후대비 첫 걸음… 진단 시도에 의미

생각보다 단순하게 산출되는 준비지수는 수치 자체보다 진단을 시도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첫째, 항목을 입력하고 진단 후 피드백 받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장기간을 요하는 생애자산관리는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적이나마 프로세스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노후설계 프로세스는 재무상태 점검, 목표노후자산 설정, 노후준비현황 파악, 노후준비수준 측정·평가를 거치면서 부족한 노후자산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번 정한 것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지속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목표와 방법을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둘째, 준비지수 항목을 입력하기 위해 본인의 재무 상태를 전반적·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이번에 파악한 재무 상태를 본인만의 방법으로 정리해놓고 정기적으로 가볍게 점검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무관리의 루틴을 형성하는 출발점으로 만들자.

셋째, 투자자산의 수익률에 따라 같은 돈을 같은 기간 동안 투자하더라도 노후자금의 크기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서 조사한 ‘자산관리 여부에 따른 동일 소득구간별 자산규모 차이’의 결과를 보면 작은 돈이더라도 관리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자산규모 차이는 매우 컸다.

2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의 경우 자산관리를 하는 직장인의 자산규모는 1억3000만원이었지만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직장인의 자산규모는 6000만원에 불과해 두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런 결과는 다른 동일 소득 구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계획된 자산관리는 계층 간의 이동을 가능케 하고 노후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2030세대에게 80세 혹은 100세란 현실감이 없을 것이다. 광고 내용처럼 하루하루가 마음의 여유도 없을 테고 잠시 짬이 나면 그 시간을 즐기기에도 부족할지 모른다. 이러한 현실이 2030세대로 하여금 다른 세대보다 ‘소확행’과 ‘워라밸’을 추구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하든지 시간은 흐르고 50세, 80세 또한 나의 현실이 될 것이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도 좋으나 나의 80세를 위해 적금을 들 듯 조금씩만 시간을 내주자. 현재의 일과 생활의 균형도 좋지만 내 생애 전체 삶의 균형도 조율해보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처럼 간단한 ‘준비지수’를 진단해 보는 것이 노후를 대비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