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 스승 없어진 지 오래"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정문에서 교직원이 학생들과 프리허그 및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교사들 사이에서 '스승의 날'에 대한 폐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스승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기념일이 의미가 퇴색해버렸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15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전날 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이 없는 스승의 날은 차라리 폐지 또는 휴일지정 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랐다.


지난달 20일부터 진행 중인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청원에는 1만명 이상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외에도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스승의 날 폐지" "스승의 날을 폐지해주세요…" 등 비슷한 청원 글이 다수 게시됐다.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 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 글 내용은 대부분 추락한 교권과 관련해 "더 이상 스승인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등 스승의 날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졌으니 차라리 폐지해달라는 취지다.

일례로 가장 많은 동의를 구한 스승의 날 폐지 청원 작성자는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며 교사를 스승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참고 견디라고 하면서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는 말은 또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왜 이 조롱을 교사들이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본인을 '17년차 고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청원글 게시자는 "교육 현장에 스승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지금 교육 현장의 젊은 교사들은 억측 같은 오해와 지탄을 받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중 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방어권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교사들이 직접 스승의 날에 대한 폐지 요구에 나선 배경에는 추락한 교권이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9일 '2017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가 508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교총은 "교권 침해 사건은 2010년대 초반까지 200건대로 접수되다가 2012년 처음으로 300건대를 넘겼다. 이후 2014년 439건으로 400건대, 2016년에는 572건으로 처음으로 500건대를 넘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스승의 날 선물과 관련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해석 관련 문의에 "학생 대표 등의 공개적 카네이션 선물만 가능하다는 원칙이 자리 잡길 바란다"라고 답변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배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스승의 날 폐지 논란까지 등장한 것에 문제 의식을 갖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교권 추락으로 진단하면서 '학생 인권'에 대한 접근만큼 교사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권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부모들의 공동체적인 참여는 중요하지만, 교원의 전문성 자체를 불신하고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교권을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제도적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