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진=김창성 기자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학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에서는 생산 유연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표방하며 과도한 업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희석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근로시간제도를 정비했다. 지난 2월 노동 및 경제계의 힘겨운 사투 끝에 국회 본회의에서 일부 업종의 근로시간 특례가 폐지됐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 보건업 등을 제외한 300인 이상의 사업장들은 다음달부터 2021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완성차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에도 생산량 저하를 우려하지 않는 것은 지난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주간연속 2교대제’ 때문이다.

◆주간연속 2교대 도입한 완성차들


주간연속 2교대제는 자정 이후 새벽 근무 없이 2개조를 주간 근무에만 투입하는 근무체계다. 기존 주·야간 2교대제는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일정근무를 채운 뒤 맞교대하는 방식이어서 밤샘근무로 인한 근로자의 삶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됐다.

현재 5개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주간 2교대를 시행 중이다. 현대·기아는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올 4월부터는 쌍용차도 동참했다. 쌍용차 측은 근무시간 개편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춘식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3팀장은 올 4월 쌍용 평택공장 간담회에서 “주간근무 시 하루 230여대를 생산했는데 주간연속 2교대 근무를 하면서 1일 40대 정도 추가 생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2006년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주간 2교대제를 도입했다. 1일 9시간씩 연속 2교대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시간대별 근로자들이 교차해 있어 근로시간 단축에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까지 생산량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지엠도 지난해부터 8+9시간 교대근무로 구성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 시행 중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주 52시간 근무를 대비해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한 상황”이라며 “이 경우 주 50시간 미만으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 유연성 및 상황대처 우려

완성차업체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학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연성 측면에서 해법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 정책은) 당연히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생산 물량이 부족해 공급이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유연성이 필요한데 현재 법은 그렇지 못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고비용·저생산 구조로 선진국 대비 1500만원 더 받으면서 생산성은 30~40%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능동적으로 대처를 못한다”며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땅치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 52시간 근무 정책이 당장 생산성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지만 물량 증가 등의 특수 상황에 대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생산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지금 워낙 자동차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과거처럼 800만대씩 생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 정책 시행 후) 생산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물량이 밀릴 경우 타격이 있을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왼쪽부터)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르노삼성 클리오, 한국지엠 스파크. /사진제공=각 사

◆물량 확보 절실한 쌍용·르노·지엠

최근 생산량이 줄고 있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만 놓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지난해 총 생산량은 411만5000여대로 전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올해도 대내외적 악재 속에 생산량 감소가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벤츠, BMW 등 독일 브랜드 수입차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의 내수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의 지난 4월 내수 판매량은 각각 7349대, 6573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각각 기록한 6903대, 4723대를 넘어섰다. 두 브랜드의 부진 속에 현대, 기아에 이어 3위에 오른 쌍용자동차가 8124대로 체면을 지켰지만 벤츠와의 격차는 700여대에 불과하다.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은 내수 판매 확대를 위해 올해 신차를 선보였다. 쌍용차는 올 초 G4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했다. 르노삼성은 수입 모델인 클리오를 내세웠지만 국내 생산 라인업이 주력이다.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차로 신형 스파크를 내놨다.

판매량 개선을 위해서는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량 저하가 불가피하다. 일례로 쌍용차의 경우 국내에 생소한 픽업트럭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생산 물량 부족으로 지난 4월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전부”라며 “미국의 경우 노조와 협의해 3교대, 풀가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정부가 예외규정으로 둘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