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 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하차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불출석 의사를 밝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다시 법정에 섰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정에 출석한 후 퇴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재판을 열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4일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 나오더라도 퇴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판 시작에 앞서 재판부는 "피고인도 재판 출석 기일을 선택할 수 없지만 재판부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피고인이 출석해야 재판을 하는데 나오지 말라, 안나와도 된다고 하면 위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재판 기일에 (건강에) 무리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며 "필요할 때마다 말해주면 휴정을 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첫 재판일에 오후 7시까지 재판을 받고 저녁식사도 못한 데다 돌아가서 한숨도 못잤다"며 "이런 식으로 재판을 받고 또 이삼일 후 다시 나와 재판을 받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고 재판 참석에 건상상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정 허가라는 개념이 있는데 퇴정을 허가하면 그때 재판을 어떻게 할지는 규정되지 않았지만, 퇴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석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더라도 건강상 무리가 있을 경우 퇴정한 후 이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이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퇴정 허가는 허가없이 퇴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라며 "퇴정을 하고 휴정을 하는 것이지 피고인에게 퇴정 허가를 하고 피고인 없이 재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몸이 불편해 법정에 오래 앉아있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증거조사 기일에 한해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재판을 열 수는 없다며 13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출석 여부는 재판부도, 피고인도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피고인은 모든 기일에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이유 없이 재판 불출석 입장을 고수할 경우 강제 구인까지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가량의 횡령 등 혐의로 지난 4월9일 구속기소됐다. 이후 3차례의 준비기일을 거쳐 지난달 23일 본 공판이 처음 열렸다.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3월 구속된 지 62일만에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그간 본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검찰 기소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반박 성명을 적극 공개해 왔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23일에도 이 전 대통령은 발언권을 요청하고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삼성으로부터 '소송비 대납'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