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지난해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은 약 10만마리.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자연사 혹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반려견 인구 1000만명 시대임에도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낮은 현실 속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동물일뿐‘이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에 <머니S>는 유기견의 실태를 알아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인간의 욕심으로 다른 생명이 고통받는 것은 옳은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소박스]
고은솔씨 반려견 '쁨이'와 '랑이'./사진=심혁주 기자

“사람이 아닌 강아지 입장에서 입양을 결정해주세요. 강아지들은 정말 평생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에요. 입양을 결정하기 이전에 강아지를 사랑하는 마음뿐 아니라 내가 정말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되는지 객관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쯤 유기견보호소에서 유기견 ‘쁨이‘와 ’랑이‘를 데려온 고은솔씨(23) 가족은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년간 함께해온 반려견 2마리가 세상을 떠난 뒤 깊은 고민 끝에 유기견 입양을 결정했다는 은솔씨 부모님은 “첫 강아지들이 떠난 그 자리를 사람의 욕심으로 태어난 아이들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하자 은솔씨는 “쁨이와 랑이는 같은 어미 강아지를 가진 이복자매다. 각각 기쁨과 사랑을 뜻한다. 요즘 제 삶의 이유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랜 고민 끝 입양한 ‘쁨이‘와 ’랑이‘

“2016년 겨울 항상 함께해온 반려견(미니핀·요크셔테리어)들이 20세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오래 산 편이었지만 기력을 잃고 아파하는 강아지를 보는 것도, 이별하는 것도 우리 가족에겐 매우 힘든 일이었죠. 부모님께서는 다신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고은솔씨 반려견 '쁨이'와 '랑이'./사진=고은솔씨 제공

반려견을 잃은 후 힘들어하던 중, 은솔씨 부모님은 유기견을 키우고 있던 지인이 소개한 전주의 한 유기견보호소에서 쁨이와 랑이를 만났다.

은솔씨 어머니는 “돈을 주고 강아지를 사는 것은 공장견을 생산하는 데 일조한다고 생각했다"며 "갈 곳 없는 강아지를 사랑해주고 끝까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기견 입양을 결정했다”고 담담히 전했다.

랑이와 쁨이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공장견’ 어미개에게 태어난 뒤 팔리지 않아 버려졌다. 처음에는 사정상 랑이만 데리고 왔다가 쁨이가 눈에 밟혀 한달 뒤 두마리 모두 키우기로 결정했다.


◆“동물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돼야”

유기견을 입양하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경제적 여건, 관련 지식 등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강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유기견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어서 새 주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거든요.”

유기견 보호센터 케어 퇴계로점./사진=심혁주 기자

은솔씨는 강아지 입장에서 입양을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매일 강아지를 산책시킬 수 있는가, 강아지를 6시간 이상 혼자두지 않을 수 있는가 등 자격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애교를 부리지 않는다고 미워하지 말고 오랫동안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은솔씨는 "귀여운 새끼 강아지만을 원하는 사람은 펫샵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순혈 품종을 위해 고통받는 어미개의 현실이 어떤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특정 견종이 인기를 끌면 반려견을 충동적으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은솔씨 반려견 '쁨이'와 '랑이'./사진=고은솔씨 제공

◆“유기견도 이렇게 예뻐요“

랑이와 쁨이를 데리고 자주 산책한다는 은솔씨는 “산책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귀여워한다"며 "한번은 처음보는 아저씨가 랑이를 보더니 ‘곰돌아’ 이러면서 달려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네를 세바퀴 도는 동안 볼 때마다 좋아하던 그 아저씨는 은솔씨를 향해 "이런 개는 얼마냐"고 물었다. 이에 은솔씨가 “유기견을 입양했다”고 답하자 유기견도 이렇게 예쁘냐며 화들짝 놀랐다고.

은솔씨는 “그때 집에 돌아가 어머니한테 말하니 ‘왜 번호를 안받아왔어. 예쁜 유기견들 소개해줘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 하셨다”며 “그래서 이번 기회에 유기견들도 모두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이라는 걸 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쁨이와 랑이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 은솔씨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기견도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에요.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어요. 모두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이니까 용기를 내보세요." 

[소박스]▶▶▶ 가족이 되어 주세요


유기견 '로렌'./사진=케어 제공

▲이름: 로렌 ▲성별: 암컷(중성화 완료) ▲나이: 2013년생 추정 ▲체중: 6kg ▲품종: 슈나우저 믹스 

비좁고 오물로 뒤덮인 주택 속 100마리의 개들, 일명 ‘광주 애니몰 호더 사건‘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로렌‘은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구조 후 한차례 가족을 만났지만 워낙 겁이 많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커 파양당한 로렌. 센터 입소 초기에는 낯선 사람의 손길을 피해 숨어버리는 겁 많은 강아지였지만 다른 강아지들과 지내며 경계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센터 활동가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고 뛰어올라 품에 안기기까지 하는 장난꾸러기가 된 로렌의 손을 잡아줄 가족을 찾습니다. [소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