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4월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해진 사법행정권 남용의 후속대책을 논의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언급했던 마지막 의견수렴 절차인 만큼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1회 임시회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선언 의안' 등을 논의한다. 회의에는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119명의 판사들이 참석한다.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소장 판사와 고참급 판사 모두가 포함돼 늦은 시간까지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법관들은 지난 1일부터 일주일 넘게 각급 법원별로 판사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검찰수사가 필요한지 등을 논의했다. 소장 판사를 중심으로 한 일선 법관들은 성역없는 수사와 진상규명을 연이어 의결했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법의 단독판사회의가 "대법원장은 앞으로의 수사와 그 결과에 따라 개시될 수 있는 재판에 관해 엄정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의결했고, 서울중앙지법 배석판사와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 인천지법 단독판사, 의정부지법 단독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와 수원지법, 청주지법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인천지법 배석판사와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수사의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다만 고참급 판사들이 중심인 판사회의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우리는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앞으로 관련 재판을 담당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며 사법부의 자체 형사고발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원로 격인 전국 법원장들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수사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들은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대법원장에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핵심 쟁점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한 사법부 차원의 검찰 수사·수사 의뢰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참 판사들을 중심으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 '검찰의 판단에 맡긴다' 정도로 의결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국정조사 방안도 거론된다. 사찰 판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여부, 실제 재판 거래가 이뤄졌는지 등 주요 의혹에 대해 실체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긴 이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고참 판사들은 사법부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될 경우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결과가 나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자체조사나 자체해결 방안은 대외적으로 '봉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한편 이밖에도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410개 원문 자료의 제출 요청 ▲청와대의 판사 파면청원 결과통지에 대한 반대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성명서 채택 의안 ▲대법관 후보자 검증절차 개선 의안 등 총 7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