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잠 못 이룬 때가 언제였냐는 듯 제법 선선하다. 이제야 숨통이 트이지만 여름 내내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운 우리의 몸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 면역력이 낮아지면 침습성 진균(곰팡이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균 감염은 깨끗하지 못한 환경 탓으로 여기기 쉽지만 면역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탓에 누구나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진균 감염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이미지투데이
◆면역력 떨어지면 치명적

침습성 진균 감염은 피하조직·점막·근육 등 내부장기가 병원성 진균에 감염되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화상 환자 ▲줄기세포나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 ▲중환자실 환자 ▲HIV 감염자와 같이 면역력이 저하됐거나 억제된 경우 발생한다.

특히 아스페르길루스는 면역력이 낮아진 환자에게 가장 자주 나타나는 감염질환이다. 아스페르길루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곰팡이로 호흡 과정에 체내로 들어와 기관지와 폐 등에 감염을 일으킨다. 건강한 사람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쌕쌕거림·숨가쁨·각혈·지속적인 발열 및 오한 등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항진균제 성분이 포함된 살충제를 자주 쓰기 때문에 우리 몸은 아스페르길루스에 내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아스페르길루스 감염 진단이 지연될수록 치료 효과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아스페르길루스 감염을 방치하면 기관지 혈관을 비롯한 주변 조직까지 침범하게 된다. 이럴 경우 기도 폐색이나 기도가 영구적으로 확장되는 기관지확장증·호흡부전·폐에 상처가 남는 합병증까지 일으킬 수 있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아스페르길루스 유병률과 사망률을 조사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감염 위험성에 주목한다. 우리나라도 면역저하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스페르길루스를 비롯한 진균 감염에 경각심을 갖고 질환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칸디다증은 구강·비뇨생식기관·피부·소화관 등 매우 다양한 부위에 발생하는 진균 감염증이다. 칸디다증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진 환자에게도 나타난다는 것. 체내에 상주하는 칸디다균이 일부 조건에 따라 과다 증식되면 신체의 다른 영역까지 침범해 감염을 유발한다.


칸디다균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구강이며 건강한 사람의 약 60%가 감염된다. 감염 증상은 입술 주위·입천장·혀·볼 안쪽 등에 생기는 백태·반점으로 물체가 닿으면 매우 고통스럽다. 만약 입과 식도 사이의 기관으로 침습되면 식도염을 비롯한 전신질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여성이라면 칸디다균으로 인한 질염에 주의해야 한다. 여성의 75%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칸디다균 질염은 특히 가임기의 젊은 여성에게 자주 발병하며 가려움증·악취·배뇨 시 통증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손·발가락 사이, 사타구니와 같이 덥고 습한 부위나 생리대(기저귀) 착용 부위, 습기에 노출되기 쉬운 손·발톱이 취약하다.


칸디다균은 정상적인 미생물의 일부지만 과다 증식되면 신체의 많은 부분에 감염을 유발하고 더 큰 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는 곰팡이균이다. 소화불량·장염과 같은 소화장애·피부질환·혓바닥에 하얀 이물질이 쌓이는 현상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피로로 치부하지 말고 진균에 의한 증상인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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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칸 검사로 감염 여부 확인

침습성 진균 감염진단의 기초는 혈액배양 검사다. 하지만 이는 배양시간이 길고 민감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혈액배양보다 짧은 시간에 민감도가 높은 진단이 가능한 1-3-β-D-glucan(글루칸) 검사가 주목받고 있다.

글루칸 검사는 침습성 진균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1-3-β-D-glucan을 정량 측정해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1-3-β-D-glucan은 여러 진균의 세포벽을 이루는 특이성분으로 진균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에서 측정된다.

간단한 혈액채취로 진행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되고 초기에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세균성 패혈증 환자나 설파계 항생제 및 항암제를 복용중인 환자, 글루칸이 함유된 버섯을 다량 섭취한 경우 등에는 검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면역력 저하는 특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당뇨병·말초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물론이고 평소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도 언제든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올 여름처럼 재앙에 가까운 폭염을 견뎌낸 후에는 몸이 정상 회복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당장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만약을 대비해 주기적으로 전문의 상담과 검사 등을 진행해 건강을 지키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