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항공 제공
10여년 전만 해도 항공업계는 에어버스 A380 등 최신예 대형기종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어서 고유가에 허덕이던 항공사의 관심은 한번에 많이 수송할 수 있는 대형기에 쏠렸다. 

하지만 대형기종은 공항 규모에 따라 운항 제약이 큰 데다 단거리노선에는 경제성 면에서 남는 게 없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이를테면 A380은 한번에 3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초대형기종이지만 항공기 좌석 부족에 허덕이는 제주 노선엔 투입할 수 없다. 인기노선이어서 경제성 문제는 일정부분 해결되더라도 공항 활주로 시설이 받쳐주질 못한다.


A380은 이·착륙 시 3k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국내 지방공항은 2.5km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2층 구조로 된 항공기의 출입구와 연결할 접안시설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대형 공항 위주로 운항하는 배경이다.

그러던 사이 LCC(저비용항공사)가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항공기 대당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소형기종을 중심으로 운항 노선을 늘려왔고 해외여행의 대중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항공여객수는 2014년 9월 기준 685만명에서 지난해 902만명으로 대폭 성장했다. 올 9월은 939만명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항공사별로는 외항사가 세력을 뻗치며 국적사 분담률이 소폭 줄어든 가운데 국적 LCC 분담률은 증가했다. 2014년 9월 국적사 분담률은 61.6%였고 지난해 69.4%에서 올해 67.4%를 차지했다. 그 중 LCC는 2014년 10.8%의 국제선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 9월에는 27.8%로 올라섰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항공기제조사들은 국내 LCC를 주목한다. 아시아시장이 LCC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그 중 상당부분을 국내 LCC들이 이뤄낸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보잉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지역 항공사는 지난해부터 2036년 사이에 1470대의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내 LCC의 지난 5년간 연간 성장률은 31%에 달해 동북아시아 최대 LCC시장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국내 LCC가 동북아 신규노선의 70%를 개척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랜디 틴세스 보잉상용기 마케팅 부사장은 “한국 LCC는 동북아지역의 약 215개 노선을 담당하는데 2015년 대비 2배쯤 성장했다”면서 “한국의 연간 여행객 수는 2배로 늘었고 앞으로도 20년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보잉과 에어버스는 국내 LCC가 보잉 B737 시리즈와 에어버스 A320 등 단일통로 소형기종의 신규수요, 기존 항공기의 교체수요를 주목한다. 국내 LCC 중 70%는 B737을 이용한다. 

ATR-72-600-5 /사진=ATR 제공

아울러 국내선 신규노선과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해외 신규노선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이에 터보프롭기 제조사인 ATR 등도 지방 LCC와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활주로 길이가 1km쯤이면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한 50~70석 규모의 소형기종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이처럼 물밑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구매 시 가격 외에도 리스와 정비서비스에서 조금이나마 메리트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형 항공기를 주문하더라도 수년 뒤에나 항공기를 인도받아야 할 만큼 소형기종의 인기가 좋다”면서 “이에 항공기 제조사들은 신규항공기를 인도받기 전까지 리스 항공기를 중개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며 고객관리에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품질관리와 기내서비스향상을 기대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감시 아래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이라며 “각 업체는 깐깐해진 기준을 맞추면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만큼 소비자는 항공사와 항공기를 고르는 재미도 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