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김훈기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또다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국내 기업이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만한 대책마련 필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엘리엇은 13일(현지시간)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서신을 보내 세계 자동차 컨설팅사인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한 상당한 자본의 비영업용 축적 ▲주주환원 업계수준 미달 ▲현대차그룹 사업을 통해 발생한 현금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할 것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이번 주장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개선 발표에 앞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했다가 엘리엇 등의 반대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뿐만 아니라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문제삼아 삼성을 끈질기게 압박한 바 있다. 엘리엇 외에도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상대로 경영에 개입을 시도한 전례는 많다. 특히 대부분의 사례가 기업의 가치를 올린 뒤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인한 부작용은 꾸준히 반복돼 왔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을 도입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