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을 마지막으로 2019 KBO리그 정규시즌 대장정이 끝났다. 누군가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잔치에 참여하지만, 누군가는 탈락의 분루를 삼키며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가을야구에 올라가지 못한 5팀의 올 시즌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간략히 살펴봤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지난 5월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7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KIA 타이거즈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지난 5월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7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KIA 타이거즈는 대한민국 프로스포츠팀 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KBO 원년 멤버인 기아는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를 포함, 모두 11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KIA는 이번 시즌 가을잔치에 가지 못한 팀 중 가장 최근(2017시즌)에 우승을 경험한 팀이기도 하다.

기아는 2000년대들어 우승을 달성한 뒤 성적이 급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997년 9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다음 우승(2009년)까지 12년이 걸렸고 그 사이 2005년과 2007년에는 구단 역사상 유이한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2009년 우승 이후에도 한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며 팬들의 애를 태웠고 2017년 우승 뒤에는 지난해 5위, 올해 7위로 계속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마치 징크스처럼 굳어지고 있는 KIA의 우승 후 성적 하락세 현상은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그 최정상급 투수를 보유했음에도 그랬다.

◆'실책 선수 32명', 뼈대 무너지자 팀 전체 '흔들'


KIA 타이거즈 야수 안치홍이 지난 5월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도루 실패 후 경기장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뉴스1
KIA 타이거즈 야수 안치홍이 지난 5월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도루 실패 후 경기장에 주저앉아 있다. /사진=뉴스1

올 시즌 KIA 야수진은 고정적이지 못했다. 팀을 이끌어 가야 할 주축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연이어 흔들린 데다 자리를 매꿔주길 기대했던 젊은 선수들이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힘에 부치며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KIA 야수진에서 규정타석을 모두 채운 선수는 단 4명(최형우, 박찬호, 이창진, 김선빈)에 그쳤다.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는 시즌이 진행 중이던 5월 합류해 예외로 치더라도 안치홍, 김주찬, 나지완 등 팀의 뼈대를 지탱해 줘야 할 베테랑들이 모두 부상이나 부진으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은 손가락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안치홍은 지난 6월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당시 3루로 쇄도하다가 우측 가운뎃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었다.


약 3주간의 회복 끝에 7월 초 복귀했으나 후반기 타율은 0.289로 다소 저조했다. 그나마 경기를 계속 소화했지만 지난달 6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 전에서 다시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끼며 경기 도중 교체됐다. KIA 구단은 안치홍을 보호 차원에서 시즌 아웃 처리하고 재활에 매진하도록 했다.

안치홍은 팀 주전 2루수인 데다 전반기 타율이 0.325에 이를 정도로 공격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하지만 6월 안치홍 부상 이후 KIA는 7월 초까지 키움, KT, NC 등에게 연이어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5위권 추격의 기세가 꺾여버렸다.


그 사이 팀을 이끌던 베테랑 타자들은 부상과 기량 저하로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다. 김주찬이 100경기에서 101안타 0.300의 타율로 분전했지만 최근 4시즌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던 홈런은 단 3개로 급감했다. 동갑내기 이범호는 부상으로 19경기에서 단 6안타(1홈런)만을 생산하며 깊은 침묵을 이어가다가 시즌 중반 은퇴했다.

2017년 우승 주역인 나지완은 1군과 2군을 오가다 8월 이후로는 1군에 단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시즌 성적은 56경기 24안타 6홈런 0.186의 타율을 기록,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1할 타율에 머물렀다. 최형우 만이 136경기 137안타 17홈런 0.300의 타율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홈런 갯수가 떨어진 데다(25홈런→17홈런) 내년이면 38세인 점을 고려할 때 얼마나 더 최정상급 기량을 선보일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오른쪽)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시즌 초반 방출당했다. /사진=뉴스1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오른쪽)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채 시즌 초반 방출당했다. /사진=뉴스1

외국인 타자도 시즌 초반 구상이 엇나갔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1할 타율(0.150)에 머무르며 불안감을 노출하더니 정규시즌에서 11경기 6안타 2홈런 0.146의 타율에 그쳤다. 타석당 홈런은 4.35%에 달했으나 정작 안타 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해즐베이커는 결국 개막 한 달도 채 안된 4월 초 1군에서 말소됐다. 기아는 5월 중순 터커가 팀에 합류하기까지 한 달 반 가량을 외국인 타자 없이 보내야 했다.

야수진의 혼돈은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다. KIA는 올 시즌 총 110개의 실책을 기록, 롯데 자이언츠(114개)에 이어 리그 2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실책을 한번이라도 기록한 선수가 32명으로 리그 최다였다. 지난해 94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소 실점 3위에 오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양현종만 믿고 갈 순 없는데… 감독 선임부터 '오리무중'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은 이번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사진=뉴스1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은 이번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사진=뉴스1

이번 시즌 KIA가 더 이상 순위가 떨어지지 않고 버틴 것은 양현종 덕분이었다. 양현종은 올해 29경기에서 16승8패 2.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승수는 우승시즌인 2017년 20승에 비해 모자랐지만 개인 통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특급 투수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양현종 혼자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KIA 마운드가 양현종을 따라주지 못했다. 올 시즌 KIA에서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양현종이 유일했다. KIA가 10승 투수를 1명만 배출한 것은 최근 5년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인 투수들의 난조가 컸다. 이번 시즌 조 윌랜드는 8승10패, 제이콥 터너는 7승13패에 그쳤다. 두 외국인 투수의 승수를 모두 합쳐도 양현종 1명의 승수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김기훈(3승6패)과 홍건희(2승9패)는 아예 5승 문턱도 밟지 못했다. 지난 시즌 29경기(선발 19경기)에서 8승9패를 기록해 기대를 모은 임기영도 8경기 선발 출전에 2승3패 만을 기록했다. 양현종의 뒤를 받칠 만한 선발자원이 부족했다.

단순히 승수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양현종은 올해 29경기에서 무려 22회의 퀄리티스타트(QS, 선발 출전 투수가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를 달성, 75.9%의 성공률을 보였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케이시 켈리(LG, 82.8%)와 김광현(SK, 80%)만이 이 부문에서 양현종보다 높았다.

하지만 양현종은 QS 달성 패배 기록(5패)도 리그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는 팀의 실책 문제와 함께 타선의 득점 지원 문제도 컸다. KIA의 이번 시즌 선발투수 득점지원은 경기당 4.56점에 그쳤다. 롯데(4.12점)에 이은 리그 최저 수준이다.

물론 양현종만 팀을 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불펜투수 문경찬은 54경기에서 24세이브 1.31의 평균자책점으로 불펜 평균자책점 순위 1위에 오르며 고무적인 시즌을 보냈다. 또다른 불펜투수 박준표(49경기 5승2패 15홀드 2.09)와 전상현(57경기 1승4패 15홀드 3.12) 역시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좋은 모습으로 KIA 뒷문을 책임졌다. 야수진에서는 박찬호가 39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처럼 몇몇 선수들의 활약 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조계현 단장을 필두로 한 KIA 타이거즈 프론트는 아직 신임 감독에 대한 명확한 구상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1
조계현 단장을 필두로 한 KIA 타이거즈 프론트는 아직 신임 감독에 대한 명확한 구상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스1

KIA를 향한 우려는 단순히 선수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다른 팀들은 일찌감치 목표를 설정한 뒤 이에 맞춰 리빌딩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달 미국 유학파 출신의 성민규 단장을 선임, 선수·코치진 개편은 물론 새로운 감독 선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도 지난 8일 정민철 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영입하고 2군 코치진 개편을 단행해 팀 개편에 대한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삼성 역시 새로운 얼굴인 허삼영 전 전력분석팀장이 감독에 부임하며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유독 KIA만큼은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 확정된 이후에도 별다른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차기 감독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각종 설만 무성하다. 외국인 선수 교체부터 올 겨울 FA 자격을 얻는 핵심타자 안치홍-김선빈의 재계약, 팀 선발투수진과 야수진 개편은 물론 내년이면 4년 FA계약이 종료되는 양현종의 거취까지 산적한 문제가 상당하다.

올 시즌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KIA지만 탄탄한 핵심선수진과 젊은 선수들이 아직 남아있다. KIA의 반등은 이런 기존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에 달렸다. 그 첫 신호탄은 'KIA호'를 확실한 방향으로 이끌 조타수 선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