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뉴스1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뉴스1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삭감하는 등 상습적으로 갑질을 한 현대중공업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까지 해 추가로 과태료가 부과됐다.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삭감하는 등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을 위반 행위에 대해 2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 시정명령 부과 및 법인 고발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16~2018년까지 사내하도급업체에 1785건의 추가공사 작업을 위탁하고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 인건비 등을 반영한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하도급대금은 작업 물량을 노동시간 단위로 변환한 '공수'에 계약 단가를 곱해 산정되는데, 한국조선해양은 작업에 소요되는 공수를 원사업자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하도급대금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하도급업체는 1785건의 추가공사에 84만6655공수를 요청했지만 한국조선해양 예산부서는 21만4432공수만 인정해 대금을 산정했다.

공정위가 한국조선해양 사내협력사의 인건비 구조와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자료, 채용 공고 사례 등을 토대로 1공수당 최소 원가 기준을 산정한 결과 하도급업체에 지급된 대금은 제조원가보다 약 46억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같은 하도급대금 결정 과정에서 사내하도급업체와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에 하도급 단가를 인하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하도급업체와의 간담회에서 2016년 상반기에 하도급 단가를 10% 인하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207개 하도급업체에 4만8529건의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이 명시된 서면계약서를 최대 416일까지 지연 발급하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공정위 현장조사가 이뤄진 지난해 10월에는 조직적으로 자료를 은닉해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공정위가 한국조선해양 소속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록을 확보하면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출을 거부하고 자료를 은닉·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의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에는 과징금 208억원이 부과됐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액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지난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과징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방해한 한국조선해양과 소속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각각 과태료 1억원, 2500만원도 부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