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빚까지 내가며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4월1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은 20조원을 기록했고, 같은날 예탁금은 44조원을 넘어섰다. 올 초(1월2일) 대비 각각 2배, 1.5배가 늘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변수 발생 시 나타날 부작용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하는 ‘빚투’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하락하자 저점 매수를 노리고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개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 과열현상은 인생 역전을 노린 2030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18년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서 쓴맛을 보고 집값 급등에 좌절한 청년층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 2조원 급증… ‘마통’ 열어 주식투자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올 3월 말 기준 113조1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대비 2조2408억원 급증한 수치로 최근 3년(2016~2018년) 평균 증가액(1338억원)의 17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3월 한달간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은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시중은행보다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월 말 13조8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2조9465억원)대비 9440억원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중 카카오뱅크 계좌를 만들어 NH투자증권 계좌와 연동한 수는 23만4000개로 폭증했다. 카카오뱅크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할 경우 국내 주식 거래 시 수수료가 평생 무료라는 혜택을 잡으려는 수요가 몰렸단 분석이다.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미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예·적금과 보험을 깨는 과감함도 보인다. 3월 한달간 5대 은행의 개인고객 정기예금 해지금액(6조6763억원)과 적금 해지금액(1조626억원)은 모두 7조7389억원에 달했다. 이는 1월 5조7510억원, 2월 5조7860억원 등에 비해 2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는 새로 계좌를 만들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형 증권사의 신규 주식계좌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하루 평균 약 1만개가량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4월 신규 주식계좌 일 평균수는 NH투자증권이 1만785개, 키움증권이 1만2000여개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이후 신규계좌 증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3월만 놓고 봤을 때는 키움증권이 43만여개로 신규계좌가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 32만여개, 한국투자증권 20만여개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계좌 증가는 비대면계좌가 주도했다. 1분기 NH투자증권 비대면계좌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691%에 달했고 KB증권은 300% 증가율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도 220% 이상 증가했다. 총 계좌수 증가율보다 비대면계좌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크다.
정중섭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대면접촉 기피로 비대면 주식계좌 개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20~30대뿐 아니라 40대 이상에서도 비대면 주식거래를 체험한 개인투자자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금융상품 거래 비중 확대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루 평균 대기표 번호가 40번 정도에서 끝나는 증권사 지점 방문 고객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점 방문 고객의 대기시간은 1시간이 기본”이라며 “하루 대기표 번호가 300번 넘게 뽑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마다 환호, 비명 바뀔까
금융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높아진 정보력과 늘어난 유동성으로 ‘빚투’에 나섰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가가 급락했다가 회복한 전례를 보고 학습한 효과도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에 개미들은 인기 있던 업종 위주로 사들이는 ‘트렌드 투자’를 했다면 2020년에는 시총 상위주를 주로 사는 우량주 중심 ‘펀더멘털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코스피는 1997년 11월 한국이 IMF에 공식지원을 요청했을 당시 506.07에서 한달 만에 351.45까지 떨어졌다가 1998년 3월 500대 회복했으나 그해 6월 다시 280까지 하락하는 등 등락을 보였다. 1999년 1월이 돼서야 600선까지 올랐다. 2008년 9월 금융위기에는 1400대이던 코스피가 두달 만에 900대로 급락했다가 2009년 1400대를 회복했고 9월엔 1700대까지 올랐다.
최근 코스피는 코로나19 사태로 1400대까지 곤두박질쳤다가 글로벌 증시의 회복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 초 S&P500은 3월 저점 이후 24.7% 올랐다. 2월 고점 이후 총 하락폭의 48%를 회복한 셈이다. 코스피지수도 27.7% 상승했다. 총 하락 폭의 51%를 되돌렸다. 반등치고는 주가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평이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카카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라며 “향후 오를 가능성이 큰 우량주들을 집중 매수했기 때문에 ‘스마트머니’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시장의 ‘V자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지수가 5% 이상 급등했지만 잦은 반등은 증시가 요동칠 때마다 흔히 나타나는 움직임이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인 1997~1999년 25번의 5% 이상 급등과 18번의 5% 이상 급락이 반복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에도 7번의 급등과 9번의 급락이 이어졌다.
더욱이 실물경제 충격이 가시화되는 2분기 실적이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당기순이익(당기순이익/시가총액)은 12.02%였으나 올 3월은 9.93%로 낮은 수준이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올 1월20일 전후로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하락 추세”라며 “국내기업의 2분기 실적 쇼크가 공포로 다가와 코스피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변동성에 편승하는 인버스나 레버리지(상승 시 수익) 투자로 갈아타는 투자도 금물이다. 과도한 신용 거래는 꾸준히 하락하는 경제지표, 기업 실적에 따라 투자수익보다 빚이 더 늘어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부터 개인 투자자의 주요 투자처가 일부 우량주에서 레버리지·인버스·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옮겨가고 있다”며 “투기성 자금들이 대거 유입돼 최근 높아진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빠진 자산은 나중에 제값을 찾는다는 이론도 경기가 좋았을 때 통한다”며 “매수시점을 분할해 투자하고 무리한 ‘빚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송창범·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