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주주연합이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결의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디자인=김은옥 기자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잠잠하던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이하 3자연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측에 패한 뒤 두 달 만에 주총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한진칼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

29일 3자연합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 주주총회 결의취소 내용이 담긴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3자연합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 후 본안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절차이고 규정상 3월27일 주총 이후 2개월 내로 본안소송을 내도록 돼 있다"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따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3자연합은 지난 3월 한진칼 정기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제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7%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3자연합은 "특수관계인임에도 조 회장이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소송에는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의 의결권 있는 지분 8.2%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진칼은 3자연합의 가처분 소송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 측의 한진칼 지분 3.2%에 대한 주식처분명령을 요청했다. 한진칼 측은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공시했지만 경영권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3자연합은 "관련법령에 따라 지분매입 목적에 대해 적법한 공시를 했음에도 한진칼의 현 경영진은 반도건설 측의 지분매입 목적에 대한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했다"며 "현 경영진이 주총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임의적인 의결권 불인정 등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총을 앞두고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의 지분율 차이는 0.47% 수준이었다.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 있던 상황.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고 조 회장 측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은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고 이사회까지 장악하게 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연대한 3자연합이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결의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화를 하자고 밝힌 3자연합 측에 조 회장이 반응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갈길 바쁜 조원태… 3자연합과 만날까
업계에서는 한진가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한진그룹의 경영권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법원이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지난 3월 한진칼 주총결의 사항이 취소된다. 이 경우 한진칼 측은 이사회를 재소집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주총 패배 이후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온 3자연합이 반격에 나서면서 조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대한항공 자구안 마련에 한창이다. 국책은행이 1조2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지만 2021년 12월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마련에 나설 계획이지만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밝히면서 변수가 생겼다. 최악의 경우 자금조달 계획을 재수립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3자엽합은 이미 조 회장 측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까지 공시된 내용을 종합하면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2.74%다. 여기에 최근 한진칼 지분 2.1를 확보한 기타법인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반도건설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 반도건설이 맞다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44.84%까지 늘어난다. 조 회장 측 지분율 41.15%보다 3% 이상 많은 것이다.

3자연합 측은 "공시사항이라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타법인의 실체가 반도건설일 경우 지분변동에 따른 공시를 주식 매입 후 10일 내로 해야 한다. 반도건설이 맞다면 다음주 중으로 공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의 장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주장하는 3자 주주연합과 한진그룹 측의 만남 성사여부도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국책은행(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기로 한 뒤 "소모적 지분경쟁을 중단하고 위기극복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3자연합 관계자는 "아직 한진 측에서 접촉은 없지만 언제라도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