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야수 최진행이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1로 앞선 5회말 1사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때린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베테랑 외야수 최진행이 묵묵히 역할을 다하며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평가를 돌려놓는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말까지 가는 승부 끝에 7-6 끝내기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5이닝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장시환, 12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친 내야수 오선진에게 쏠렸다. 하지만 최진행도 분명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날 경기에서 최진행은 평소 서던 클린업 자리가 아닌 2번 타순에 섰다. 장타력을 갖춘 최진행을 전진배치시켜 빠르게 득점을 노리겠다는 최원호 감독대행의 복안이었다.


최진행은 최 감독대행의 기대에 맹활약으로 응답했다. 첫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잡혔지만 1-1 상황이던 3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적시타를 쳐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만들었다. 팀이 3-1로 앞서던 5회말에는 상대 투수 장원삼의 4구째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이날 경기에서 최진행의 성적은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이다.

최진행은 그동안 한화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2004년 2차 2라운드 10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최진행은 데뷔 시즌부터 79경기에 나와 9홈런 28타점을 기록, 대형 거포 유망주의 탄생을 알렸다. 팀의 주축이던 김태균이 일본으로 떠난 2010년부터는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지키며 암흑기 한화 타선을 지탱했다. 2010시즌에는 129경기에서 32홈런 92타점 0.261의 타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후로도 지난 시즌까지 9년 동안 5번의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떨어지는 공에 대한 약점이 노출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침체가 시작됐다. 와중에 2015년에는 도핑테스트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혔다. 2017시즌 258타수 13홈런 50타점 0.306의 타율로 다시 기를 펴는가 했으나 이듬해 136타수 7홈런 13타점 0.213의 타율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지난 시즌에도 부진한 성적 탓에 2군을 오갔다. '더 이상 1군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팬들의 아우성이 온라인을 도배했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최진행(오른쪽)이 지난 7일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1이던 3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진행은 이번 시즌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2군에서 시작했다. 변수가 생겼다. 한화가 연패의 늪에 빠지자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최진행이 5월 말 1군으로 콜업됐다.

1985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가 2시즌 연속 1군 성적이 처참해 최진행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진행은 6월8일 다시 1군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16타수 2홈런 4타점 0.250의 준수한 활약을 남겼다. 안타를 추가하지 못한 7일 NC 다이노스전을 제외하면 15번 타석에 서서 0.308의 타율을 기록했다. 김태균, 송광민, 이성열 등 기존 주축 베테랑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진행의 분투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최진행은 8일 현재 54타수 4홈런 13타점 0.278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석당 삼진 비율은 25%로 지난 시즌(21.7%)보다 높지만 2018시즌(34.4%)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득점권 타율도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0.263을 달린다. 선수 본인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한화에 몇 안되는 비빌 언덕이 됐다. 한 때 '떨어지는 공에 무조건 삼진'이라는 뜻의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붙었던 최진행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