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2020.7.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노딜'(인수무산)로 기울면서 국영 항공사 탄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주식을 전환하면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미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산은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지난 24일 꺼낸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전날 산업은행은 "HDC현산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인수·합병(M&A) 절차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HDC현산의 인수의지 및 진정성과 관련한 저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기존 계획대로 HDC현산에 매각하는 것을 1순위로 생각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플랜B에 대한 준비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B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대신에 채권단 관리 아래 두는 것으로 사실상 국영 항공사 탄생을 염두에 둔 방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구조조정을 거쳐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 새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 인수자 찾기가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23일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매각 무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임의의 조건대로 처분하거나, 산은이 확보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의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 등이다.

HDC와의 딜이 깨져도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새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서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다가 업황이 정상화되면 다시 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5000억원, 올해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단숨에 36.9%로 뛰어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HDC현산의 노딜 선언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재실사 카드를 내민 것도 노딜을 위해 사전에 '명분 쌓기'를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별도의 재협상 없이 인수를 포기하면 HDC현산은 2500억원의 계약금을 돌려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계약 파기 시 예상되는 소송전에 대비해 증거자료를 비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선도 있다.


다만 산은은 HDC현산이 노딜을 선언하기 전까지 사실상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거래종료 기한은 당초 지난 6월27일었지만 오는 12월27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이 실사 등을 이유로 연말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 산은이나 금호산업으로선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