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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90대 노모와 70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에게 2심도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 표현덕 김규동)는 존속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71)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6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동거 중인 여성 A씨(70)와 자신의 어머니(95)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임씨는 따로 사는 자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시인했다. 아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피해자들이 숨을 거둔 상태였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임씨는 두 사람을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동거인에 대해서는 촉탁에 의한 살인을 주장했다. '촉탁살인'은 의뢰 혹은 승낙을 받아 타인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촉탁살인이 인정되면 일반적인 살인범죄보다 낮은 형량을 적용받게 된다. 살인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촉탁살인의 형량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임씨는 A씨와 병원 입원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그를 살해했고, 구속이 되면 모친을 돌볼 사람이 없어 모친도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특히 A씨 살해 이유에 대해서는 "A씨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낫지도 않는데 가기 싫다. 아프니까 죽여달라'고 해서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임씨의 촉탁살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해자가 진정한 의사에 따라 진지하고 명시적 방법으로 살해를 요청해야 한다"며 "단순한 일시적 기분에 따른 요청이라면 촉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1심은 또 "임씨가 사건 이후에 보인 태도나 여러 진술을 고려하면 A씨가 진지한 의사로 살인을 부탁했다고 볼 수 없다"며 "촉탁에 의한 살인이 아닌 단순살인"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임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형량은 변하지 않았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쟁점이 됐던 임씨의 촉탁살인 주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감정이 일시적으로 격해진 상태에서 화를 내며 죽여달라고 한 것일 뿐, 진지하고 명시적인 부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임씨가 자신의 절망적인 처지를 비관하던 중 A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건강상태가 죽음을 고려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며 "적어도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주변을 정리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시도하는 정황이 발견되는데, A씨는 사건 발생 무렵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 저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범행과정에서 저항 흔적이 남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됐다.
임씨의 '심신장애'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씨는 2018년 경도의 우울불안장애를 진단받은 사실은 있지만, 불안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만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며 "당시 진단을 내린 병원에서도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회신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임씨는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침해해 책임이 매우 무겁다"며 "오랜 세월 자신의 노모를 헌신적으로 보살펴온 동거인을 살해한,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다만 "임씨도 70세에 이르는 고령에다가 건강이 안 좋아 병든 노모를 모시고 살기 어려웠던 점, 형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점, 노모와 동거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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