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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최근 집에서 책을 읽으며 여행을 대신하는 '북캉스'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남미 일주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책 하나가 나왔다.
이 책은 '문학계의 예능인'으로 불리며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소설가 최민석의 신작 에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중남미에서 또 한 번 유감없이 독보적인 웃음 코드를 선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잃어버린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저자는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을 향해 떠난다. 홀로 배낭하나를 짊어 지고 멕시코부터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6개국을 여행한다.
책은 저자의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을 총 41회차로 엮으며, 그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113장의 사진들에 '아자씨'(AJASSI) 캐릭터를 만든 캐릭터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장윤미의 깨알 같은 지도 그림까지 더해져 다채로운 재미와 볼거리가 있다.
저자는 남미 배낭여행의 필수품을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로 정하며 황당하고 절망스러운 순간마다 그 단어를 주문처럼 꺼내어놓다. 여행지에서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능청스럽고 능란한 저자 특유의 화법으로 되살아나 진한 재미와 공감을 자아낸다.
그는 속옷과 양말 몇 개 세탁하는 데 4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하는 소위 '호구' 짓도 하고, 산티아고의 유랑 악단 공연을 보며 감동하지만 다음 날 계산서에 2만원이 더 청구된 것을 발견하고 '그래도 계산서는 꼼꼼히 확인하자'고 다짐을 덧붙인다
한편으로는 예리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식민지풍의 건물들, 독재 정권과 초고속 성장의 흔적들, 이민자들의 도시,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조성된 중남미의 문화와 생활을 촘촘히 들여다보며,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중남미 여행 팁도 공유한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저자는 '빠시엔시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느리고 서툰 스페인어를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계산을 안 하고 갔어도 돌아올 것을 믿어주고, 거리 곳곳에 군인과 경찰이 지키고 서 있는데도 온종일 음악을 틀어놓는 중남미 사람들의 '빠시엔시아' 자세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자세였다.
생활인과 여행자, 주인공과 관찰자의 위치를 넘나들며 솔직하게 하루하루를 기록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삶의 사소한 순간도 특별해지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현지인들이 동네 사람처럼 정겨워진다.
◇ 40일간의 남미 일주 / 최민석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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