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7년만에 전교조 손 들어줬지만…"도피 판결" 비판도
안철상 "헌법으로 도피" 김재형 "쟁점 실질판단 회피" 지적
이기택·이동원 반대의견서 "결론 위해 법 의미 임의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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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7년간 이어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며 전교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12명의 대법관 중 4명의 대법관이 '도피성 판결', '쟁점 회피' 등 강한 어조로 다수의견의 논리를 비판하고 있어 대법원이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심 "시행령 내용 분명"→대법 "시행령 무효" 뒤집혀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2심은 노동부의 통보는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진 행정규제라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당시 2심은 "전교조규약은 해직교사, 즉 교원이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고 실제로 교원이 아닌 사람의 가입해 있어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유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노조가 될 수 없는 요건을 상위법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시행령 조항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1987년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나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며 "결국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률유보 원칙은 행정권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사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교원노조법 합헌" 헌재 결정과 '배치' 의견도
앞서 전교조는 2심 재판 진행중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사로 제한한 교원노조법 제2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교원노조법 제2조 등은 원칙적으로 현직 교사만을 전교조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조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낸 사람만을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15년 5월 "교원노조는 교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현직 교사만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교원노조의 역할이나 기능에 비춰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헌재의 결정은 2심 재판부가 노동조합법 2조를 해석하는데도 영향을 줬다. 2심은 이듬해 1월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헌재 결정과 사실상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원이 헌법위반으로 판단한 노동조합법 시행령의 상위법인 노동조합법 2조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교원노조법 2조와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는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한 것이고, 대법원은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위헌이라고 본 것이어서 판단대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안철상 "헌법으로 도피", 이기택·이동원 "법 의미 임의 축소" 비판
안철상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다수의견의 태도는 오랜 기간 동안 사회적 논란이 되어 온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 문제를 정면으로 대처해 판단하지 않고 헌법상 일반원칙을 들어 그 결론을 내린 것으로서 ‘헌법 원칙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형 대법관도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 내포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려, 쟁점에 대한 실질적 판단을 회피했다"고 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법규정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노동조합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사항이고 특별한 위임이 필요한 문제도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마치 이 사건 법률 규정에 어떤 미비나 흠결이라도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이에 기초하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을 법률상 근거 내지 법률의 위임이 없는 전혀 새로운 규정이라고 단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견의 입장은 이 사건 법률 규정이 그 자체로 완결적인 규정임을 간과한 것이거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는 결론을 위해 법규정의 의미를 임의로 축소하는 편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했다.
◇'진보' 대법원 구성, 판결에 영향줬나
이번 판결에서 12명의 대법관 중 10명의 대법관이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는 의견을, 2명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김선수 대법관은 이 소송에서 전교조 측의 대리를 맡은 적이 있어 심리 및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현 대법관 14명 중 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 등 4명은 박근혜정부에서, 김 대법원장과 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노태악 대법관 등 10명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됐다.
김 대법원장과 노정희·박정화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등으로 진보성향 단체 출신이다.
이번 전교조 판결에서는 김 대법원장 등 8명이 다수의견의 편에 섰다.
별개의견을 낸 김재형·안철상 대법관과 반대의견을 낸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대체로 중도 혹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이번 파기환송 판결에는 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진보인사로 구성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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