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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미중 갈등이 연일 격화하면서, 반중(反中)전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이어 '쿼드 플러스'(Quad plus) 구상까지 언급하며 '줄 세우기'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반중전선 동참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조만간 있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미국 방문과 아세안 관련 연쇄회의에서 이 같은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섬세한 외교력이 요구된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외교당국은 최 차관의 방미 일정과 협의 안건을 조율 중이다. 앞서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일 전화통화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만나 양국관계 전반과 지역정세에 대해 논의하자는 데 공감한 바 있다.

최 차관은 이번 방미에서 비건 부장관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미 비핵화 협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동북아 지역 정세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최 차관을 상대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구상한 '반중전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동참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방위협력체인 '쿼드(QUAD)'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수준의 다자안보기구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쿼드 플러스' 구상과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쿼드 플러스'는 비건 부장관이 직접 꺼낸 구상인만큼, 최 차관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관련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 주도의 반중 경제블록인 EPN에 대해서도 한국 측에 여러번 설명해왔다. EPN은 세계 경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의 경제연합체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인도·호주 등 우방국을 참여시켜 탈중국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EPN과 관련해 "검토 중인 구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9일부터 시작되는 아세안 관련 회의도 관건이다. 특히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우선순위를 다루고, 주권과 다원주의에 입각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이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의 세부내용을 공유할 것"이라며 대중 압박 의도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남중국해와 홍콩 문제를 아세안 회의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10개국이 다 같이 참여하고 있고, EAS·ARF 등 회의체별로 미중만 참여하거나 미중이 회의를 지배하는 구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기존 입장대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평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하고, 동 수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거나 상황이 악화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대화를 통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대외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달 2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부산을 방문해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며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무엇보다 시징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을 위해 정부가 미측의 반중전선 압박에 대해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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