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0월11일 오후 고양저유소 화재현장. 2018.10.1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이장호 기자 =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영상을 방송사에 제보한 변호사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최정규(43)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지난 2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최 변호사는 2018년10월 경기 고양시에서 일어난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 A씨의 피의자 신문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나 음성변조 없이 KBS에 제보한 혐의를 받는다.

KBS는 지난해 5월 해당 제보 영상을 토대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보도했다. 영상에는 경찰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가 담겼다.


영상 속 수사관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침해당했다며 최 변호사 등을 지난 4월 고소했다. 최 변호사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으나 함께 입건된 KBS기자와 임원진들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최 변호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촬영된 영상 속 경찰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가 일반인과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고 해석될 순 없다며 경찰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경찰이 제보자는 기소의견, 언론사는 불기소의견으로 처리했다. 영상을 제보한 것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본다면 공익을 위한 제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모자이크를 처리하거나 음성변조를 하면 언론사가 해당 내용에 대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며 "영상에 모자이크를 처리하거나 음성변조를 하는 건 언론사가 책임지고 결정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또 최 변호사는 "영상은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경찰이 녹화한 것이고 정보공개절차를 통해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으로부터 받아낸 것"이라며 "인권 침해적인 강압수사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신문을 녹화하는 것인데, 이를 외부에 알릴 때 수사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신문 과정에서 A씨에게 '거짓말 아니냐' '거짓말 하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추궁하는 등 진술거부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지방경찰청장과 경찰서장에게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의 피의자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최 변호사를 고소한 수사관은 지난해 KBS 보도 당시 해당 영상을 보도한 KBS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 최근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이날 이례적으로 밤 늦은 시각에 '경찰은 변호인에 대한 보복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변협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인에 대한 불법적인 탄압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의 권한 강화가 혹시 또 다른 인권침해를 불러오는 게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강압 수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변호인의 공익제보를 문제 삼았다. 이는 현 정부의 공익제보 활성화 방침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자, 우리 사회의 풀뿌리 감시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사기관의 폭거"라며 "변호인에 대한 보복성 기소의견 송치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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