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과열양상을 보이는 신용대출 관리에 나선다. 사진은 시중은행 대출창구. /사진=임한별 기자
정부가 열흘 만에 1조원이 넘게 불어난 신용대출 관리에 나선다.

저금리 시대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나 영혼까지 대출과 자산을 끌어모아 부동산을 사는 '영끌' 현상을 막으려는 취지다. 신용등급이 높고 소득이 많아 많은 신용대출을 빌릴 수 있는 대출자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폭증한 신용대출 핀셋 규제에 돌입했다. 생계형 대출 보다 주식·부동산 투자에 활용된 고액의 신용대출을 관리하는 데 최우선 목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화상회의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여신임원들과 신용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협의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을 상대로 고액 신용대출의 범위와 대출 속도 조절 계획 등을 담은 신용대출 관리계획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작동 여부도 들여다보고 현장점검에도 나선다.

DSR은 주택·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에서 연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은 DSR 40%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소득, 고신용자 중심의 고액대출이 크게 늘면서 은행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1억원 이상의 고액 신용대출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 대출 잔액(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10일(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 늘었다.


현재 추세대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신용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의 증가가 예상된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신용대출 규모가 6월 말 14조1000억원에서 8월 말 14조7000억원으로 두 달 사이 6000억원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2%까지 내렸고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비대면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에 수조원의 몰리는 등 투자 과열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IPO 대어로 손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 오는 10월 예고돼 또 한 번 투자 열풍이 일어날 지 관심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신용대출로 긴급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사람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한 생계형 신용대출은 규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섣부른 대출 규제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무조건 조이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단 신용대출의 사용처 등을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