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민간인이 북한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4일 오후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장재도 초소 뒤로 공사중인 해안 마을이 보이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를 하다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는 신고 접수 33시간 만에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24일 파악됐다.

특히 북한군이 비무장 상태인 A씨를 향해 무참히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사실까지 군 당국에 의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 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A씨의 실종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은 전날(23일) 오후 1시께로, 사건 발생 시점(21일)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국방부는 '연평도 인근 어업지도원 1명 실종사건 관련' 공지를 통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군·해경이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첩보로 포착돼 정밀 분석 중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A씨가 생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실종됐던 그가 북한 측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약 열 시간 만에 돌변했다. A씨가 북한군의 원거리 총격에 피살됐다는 새로운 보도가 나오면서다. 북한군이 시신을 화장했다는 '첩보'도 있다는 것이 함께 공개됐다.

이러한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점이 이날 오전 국방부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NLL 북측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38㎞ 떨어진 지점이다.


이후 북한군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A씨에게 접근해 상대로 월북 의사를 확인했지만,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해상에 방치했다.

일정 거리를 놓고 감시하던 북한군은 결국 같은 날 밤 9시40분쯤 A씨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총격 이후에는 A씨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뿌린 뒤 불태우기까지 했다. 남북관계의 관례상은 물론,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나기 힘든 야만적 행태라는 비난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러한 정황은 우리 군이 수집한 다양한 첩보를 통해 파악됐다. 군 당국은 현장에 있던 북한군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총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군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경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차원에서 무단 접근 인원에 사격을 가하는 반인륜적 행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실종자를 발견한 북한군이 바로 사살하고 불태웠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조치를 '만행'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북한 지역에서 남측 민간인이 총격으로 사망한 것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청와대와 정부는 바쁘게 돌아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오전 9시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분석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한 뒤 "NSC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발표하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 실장은 이날 낮 1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 입장을 정리했다.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엔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불과 하루 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했던 문 대통령이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피살 사건이 드러나자 강경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유관부처인 통일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일관된 인내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국민의 열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엄중히 항의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경색국면인 남북관계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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