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미국을 향한 메시지 수위는 대폭 낮추면서도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해, 도발보다는 '과시'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북한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과 함께 대선 이후 새롭게 짜일 비핵화 협상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전날(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에는 미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이는 5년 전이었던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미제(미국)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 줄 수 있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나는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열병식에서 북한은 신형 ICBM을 공개해 고도화된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전날 2018년 2월 공개된 화성-15형 및 운반차량(18바퀴)보다 더 큰 것으로 추정되는 ICBM 및 운반차량(22바퀴)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전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이같은 '수위 조절'은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의 대선 이후 비핵화 협상을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든,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새로운 행정부가 꾸려지든 북한의 핵 협상 기조는 달라지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불투명한 미국 대선결과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수위조절을 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자위적 억제력보다는 선제적 공격능력 의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 분명해 향후 북미간 협상이든 대결이든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가 없었던 것은, 북한이 제3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10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와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노선을 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 전문가들은 신형 ICBM 공개에 도발보다는 과시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윗에서 "열병식은 도발적이 아니라 과시적이었다"며 "하지만 김정은의 연설은 북한의 핵 무력을 자기방어로 규정했다.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의 주장과 달리 북한 핵 위협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리사 해넘 스탠퍼드대학교 열린핵네트워크 연구원도 트윗에서 "북한이 거대하고 새로운 ICBM을 과시했다"며 "김정은은 억지력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