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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의 기본적인 방향은,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해 나가고, 상대에게 끌려가지 않은 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주도적인 축구를 펼치는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강조하는 것은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는 소위 '빌드업' 과정이다. 골키퍼부터, 센터백들부터 '발밑'을 강조해오고 있다.
부임 후 지금껏 한결같은 방향성이다. 때문에 이전까지 '걷어내는 것'에는 능했으나 세밀하게 풀어가는 것에는 약했던 수비수들은 벤투호 안에서 애를 먹었다. 상대적으로 김민재(베이징), 김영권(감바 오사카) 등 볼 컨트롤과 패싱력을 갖춘 이들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는 이유이고 이젠 대표팀에 뽑힐 수 없으나 장현수(알 힐랄)가 높이 평가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권경원(상주상무) 역시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수비수 중 한 명이다. 여러 가지 조건 상 올림픽대표팀과의 스페셜매치에서는 더더욱 그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는데, 신뢰에 부합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지난 12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스페셜매치 2차전에서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올림픽대표팀(U-23팀)을 3-0으로 완파했다.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A팀은 합계 5-2로 이번 '하나은행컵'의 승자가 됐다.
사실 1차전은 만족스럽지 않은 내용이었다. 전반 14분 이주용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은 것을 포함해 전반전은 A팀의 우세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동생들의 반격에 크게 흔들렸다. 후반 5분 송민규에게 동점골을 내준 A팀은 이내 역전까지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던 자책골이 나온 탓인데, 하필 수비라인의 핵 권경원이 빌미가 됐다.
후반 13분 김대원의 중거리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 맞고 튀어 오른 것을 올림픽팀 공격수 조규성이 머리로 문전에 다시 붙였을 때 권경원 다리에 잘못 맞아 자책골이 됐다. 의도는 없었지만 아쉬움도 남던 장면이다. 다행히 종료 직전 이정협의 동점골로 2-2 무승부로 끝났으나 캡틴 권경원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래서 2차전이 주목됐는데, 깔끔히 지워냈다.
2차전에도 다시 선발로 출전한 권경원은 김영빈과 심상민 등 더 경험이 없는 이들과 함께 구성한 포백을 완벽하게 이끌면서 무실점 승리의 주축이 됐다. 벤투 감독 역시 경기 후 "오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난 금요일 경기에서의 아쉬웠던 부분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잘 이행해줬다"면서 "특히 수비적으로는 거의 완벽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 중심에 권경원이 있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이었다. 이날 권경원은 벤투호다운 스타일의 전개 때에도, 벤투호답지 않은 전개 때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빌드업 과정 시에는 조현우 골키퍼로부터 공을 받아 주세종이나 손준호 등 중앙MF에게 공이 전달될 때까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포백라인에서 횡으로 공이 돌 때도 역시 권경원이 축이었다.
2차전 때 벤투 감독은 단계를 생략한 롱패스도 적잖이 선보였다. 공을 차단했을 시 역습이 빠른 김학범호의 장점을 살려주지 않기 위해, 동시에 김태환과 이동준(우측), 김인성(좌측) 등 스피드를 갖춘 팀 내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후방에서 길게 때려주는 공간 패스도 많이 활용했는데 주세종이나 손준호 뿐만 아니라 권경원부터 다이렉트로 넘어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만큼 중장거리 패스 능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권경원은 전반 33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헤딩 슈팅을 시도, 크로스바를 때리는 등 다양한 면에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경기 막판, 김학범호 동생들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칠 땐 오세훈과의 거친 경합을 이겨내며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전이시키기도 했다.
지금은 병역 문제 때문에 전북현대를 거쳐 상주상무에서 뛰고 있으나 지난 2017년 알 아흘리(UAE)에서 중국 톈진으로 이적할 때 약 130억원이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했던 선수다. 당시 톈진 사령탑이었던 명수비수 출신의 칸나바로 감독이 적극적으로 영입을 원한 이가 권경원인데,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선수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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