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에서 9회초 kt 공격 2사 상황 승리를 확신한 두산 플렉센이 환호하고 있다. 2020.11.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5년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까지 승승장구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1년 이후 14년 만에 맛보는 우승의 기쁨이었다.

그 뒤로 5년이 지난 2020년. 두산은 다시 한번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진격했다. 2015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에 5년 전과 비슷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절대 에이스의 존재다. 5년 전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39)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크리스 플렉센(26)이 있다.

플렉센은 두산이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조쉬 린드블럼의 대체자로 점찍고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액인 100만달러를 들여 영입한 선수다. 1994년생으로 아직 어리지만 2017년 뉴욕 메츠에서 데뷔해 빅리그 통산 27경기(3승11패 평균자책점 8.07)에 등판한 기록이 있다.


정규시즌 중반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력한 구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설상가상으로 7월 중순에는 타구에 발을 맞고 한 달 보름 이상 재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상에서 돌아온 뒤로는 영입 당시 기대했던 에이스급 투구를 이어오고 있다.

10월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하며 팀을 극적인 정규시즌 3위로 이끈 플렉센. 그에게는 포스트시즌 제1선발 중책이 주어졌다. 플렉센은 가을야구에서도 1선발로서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투를 펼치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먼저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플렉센은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두산의 4-0 승리를 견인했다. 두산은 2차전까지 승리하며 가볍게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KT 위즈와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선발은 플렉센이었다. 플렉센은 7⅓이닝 11탈삼진 1실점으로 두산의 3-2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남겨 놓은 주자를 이영하가 들여보냈을 뿐, 플렉센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에는 KT가 점수를 뽑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은 사상 최초 기록이기도 했다.


1,2차전 승리 후 3차전을 빼앗긴 가운데 열린 4차전. 이번에도 플렉센이 출격했다. 이번에는 2-0으로 앞선 7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 중간에 마운드를 밟은 플렉센은 KT 타선을 윽박지르며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6⅓이닝 동안 2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이 1.10이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10월 이후로 따지면 8경기에서 48이닝 동안 5점만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0.94가 된다.

2015년 니퍼트를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2015년에는 부상 영향으로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니퍼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을 맞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니퍼트의 2015년 포스트시즌 유일한 실점 기록이었다.

그 뒤로 니퍼트는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1차전 완봉승을 포함해 16이닝 무실점,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9⅓이닝 무실점으로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5차전에는 중간 계투로 등판해 2⅓이닝을 소화하며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팀 승리를 위해서 불펜 등판도 불사하는 에이스의 책임감을 5년이 흘러 플렉센이 물려받았다. 플렉센과 니퍼트는 지난 4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자와 선발투수로 마운드 위에서 잠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플렉센은 "살아있는 전설을 직접 봐서 놀라웠다"며 니퍼트를 향한 존경심을 표했다. 니퍼트가 써낸 가을의 전설이 이제는 플렉센에 의해 재현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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