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에 이번에도 뒤통수…야, 무력감 속 믿는 건 여론전
원구성협상·임대차3법 상황 되풀이 수순…野 "모든 수단 동원"
힘 못쓴 안건조정위, 필리버스터도 실효성 없어…여론전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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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저쪽이 말하자면 배신을 한 것"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8일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앞에 무력감을 다시 절감하고 있다. 21대 원구성협상 과정, 임대차3법 여당 단독 통과 이후 의석수 열세로 인한 한계를 재확인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경제3법(공정경제3법), 노동관계법 등에 대해 모두 반대하거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주력법안으로 삼고 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을 이날 하나하나 밟아나갔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던 국민의힘은 쟁점법안들을 각 상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며 속도조절에 나서려 했지만 모두 이미 실패했거나 실질적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쟁점법안들 속속 단독처리…안건조정위도 금세 무력화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 쟁점법안인 공수처법 개정안과 경제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전날인 7일까지만 해도 공수처 문제는 양당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서 양당이 동의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국민의힘이 과잉 처벌이라며 반대한 '5·18 왜곡 처벌법'(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의힘은 이것이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강력 반발에 나섰고,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까지 소위원회에서 의결하려는 낌새가 보이자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규탄 농성을 벌이는 한편 안건조정위에서 두 법안을 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안건조정위는 이날(8일)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을 조정해야 할 때 상임위원회 재적 3분의1이상의 요구로 구성되고, 위원 6명은 제1교섭단체와 그밖에 속하는 위원을 동수로 3명씩 구성된다.
안건은 최대 90일까지 심사할 수 있지만,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1명을 안건조정위원으로 구성해 4대2의 구도를 만들었다.
결국 안건조정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회부 안건이 가결된다는 국회법 조항에 따라 공수처법은 그대로 법사위 전체회의로 올라갔고, 이후 전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이후 상법 개정안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대립→국회의장 주재→결렬 되풀이…"민주당에 번번이 당한다"
'양당 극한 대치, 국회의장 중재, 협상 국면 조성 후 최종 결렬'
여대야소의 21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원구성 협상 때부터 반복돼온 상황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맞붙던 21대 국회 초반에도 양당은 극한 대치를 벌였고, 이후 주 원내대표가 사찰에 칩거하던 현장에 김 원내대표가 찾아가며 상황이 풀리는 듯했지만 결국 결과는 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이었다.
공수처 문제를 놓고도 국회의장 주재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협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번번이 민주당에 당한다' '협상하는 모양새만 취하는 민주당에 뒤통수를 맞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때마다 여론전·입법투쟁·원내투쟁을 강조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국회 본회의장 앞 철야농성에 나서며 투쟁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법사위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앞에 모여서 피켓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에 나섰다. 하지만 이 역시 안건조정위처럼 실효성이 있는 투쟁 방법은 아니다.
◇환노위 등 보이콧…필리버스터 포함 모든 수단 동원할 듯
비슷한 상황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벌어졌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기한 연장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경제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안건조정위에서 논의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이 심도 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속도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도 노동관계법안들이 올라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이 통과시키고자 하는 안대로 밀어붙일 것이라며 의사일정에 불참했다.
결국 지난 7월 임대차3법 여당 단독 통과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확실해지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역시 의석수 열세 앞에 실효적인 방법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인원 5분의3 이상이 종료에 찬성하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데, 국회 재적의 5분의3은 180석인데, 이는 범여권의 의석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처리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이는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전략 앞에 큰힘을 쓰지 못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종료되고, 국회 회기가 한번 종료되면 다음 회기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다시 신청할 수 없다. 민주당은 2~3일 회기의 임시국회를 연달아 열면서 '필리버스터 자동종료 후 다음 회기 법안처리' 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여당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여론전에 당분간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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