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DB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저희 지방자치단체에는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두 군데밖에 없어서, 쉼터 자리가 없으면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해요. 자리가 없어서 아이가 제주도에서 전라도로 오는 사례도 있어요."

12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학대 피해 아동이 원래 살던 지자체를 벗어나 다른 지자체로 이동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학대 피해를 당한 아동들은 원가정에서 분리돼 상당수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생활하게 된다.

쉼터는 전국 229개 모든 시·군·구에 있어야 한다고 권고되지만, 지난 3월 기준 전국에 72개소 뿐이다. 2021년까지 91개소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쉼터당 약 5~7명 정도만 수용 가능하기 때문에 72개소면 고작 480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91개소라고 하더라도 정원은 600여명 안팎이다. 2018년에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 중 최종 원가정 분리된 건수는 3287건에 달한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수도 2018년 2만4604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급증하는 등 계속 늘지만 시설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관내 학대피해아동쉼터 자리가 꽉 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 News1 DB

또한, 최근에는 원가정 복귀 절차가 강화돼 학대 피해 아동들이 쉼터에 과거보다 긴 시간 동안 머무르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B씨는 "학대 피해 아동이 일단 쉼터에 입소하면, 학대 가해자가 아닌 다른 보호자가 와서 아이를 데려가고 싶다고 해도 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나갈 수 있다"며 "가정 복귀에 3~4달은 걸리기 때문에 쉼터 자리가 거의 차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원가정 분리되는 아동 수도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쉼터 자리는 더욱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있으면 72시간 동안 즉시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1년 이내 아동학대가 2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지자체가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의 분리보호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한다.

원가정 분리되는 아동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시설도 그에 맞춰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원가정 분리된 피해 아동 중 상당수는 안전을 위해 원래 다니던 학교도 못 다니게 되는 등 환경 변화로 힘들어하는데, 이들이 관내 쉼터 부족으로 다른 지자체로 이동해야 한다면 더욱 적응을 어려워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학대 피해 아동 중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피해 아동은 건강상의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 모두 있는 경우가 많아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원가정 분리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원가정 없이도 잘 자라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설 생활이 불편해 학대를 감수하면서까지 원가정으로 복귀하려는 아이들이 시설에 남고 싶어 할만한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C씨는 "아이가 시설에 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도 잘 자라서 나올 수 있고, 가해자일지라도 부모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