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수조원대 재정정책을 꺼내들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고 은행권은 이자마진이 뚝 떨어져 전통적 이익수단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저금리에 '영끌', '빚투'로 늘어난 대출자산은 은행에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11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대출은 내년 3월 만료돼 은행권의 부실폭탄으로 터질 위기다.
금융당국이 내년 3월로 끝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채무상환 유예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신축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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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한은 '양적완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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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대비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 금융시장은 한번도 가지 않은 길,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열었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한 적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새해 첫 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로금리 선언에 한은은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했다. 앞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자 '신중론'을 앞세운 한은은 지난 11월까지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한 상태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도 꺼내지 않았던 비통화정책 수단을 꺼냈다. 한은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지난 24일 한은은 금통위를 열고 저신용기업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CP 매입 SPV에 대한 대출실행 시간을 6개월 연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기업의 원활할 자금조달을 위한 조치다.
한은은 내년에도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번 겨울을 넘어서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가 아니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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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110조원… 순이자마진 1.40%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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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예대마진이 줄어든 은행권은 먹거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지난해(1.56%)보다 1.16%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금전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예대마진을 완화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디자인=김은옥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코로나19 병상 확보 협력을 위한 금융 업계 화상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예대 금리 완화에도 마음을 써달라"고 말했다. 이어 "예대 금리 완화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님이 있고 다른 회장님들도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며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시작한 금융권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자 상환 유예 금액은 110조원에 달한다. 당초 9월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내년 3월로 한 차례 연장해 잠재부실의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금융규제 유연화 등 금융지원 조치의 연착륙 방안은 코로나19 진행 상황을 보면서 1월부터 금융권‧산업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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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본력 빅테크, 금융업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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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대형 ICT회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전통 금융업을 하는 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간편결제 및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에 뛰어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은 현재 여수신, 투자업(투자자문, 일임업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각각 43조8000억원, 23조4000억원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 43조8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금융권 주요 수장들이 빅테크와의 경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재연임 확정 직후 위기의식을 드러낸 게 대표적이다.
윤 회장은 "업종간 경계를 넘어 특히 빅테크와 여러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빅테크 경쟁에서 중요한 건 누가 고객 혜택을 더 강화하냐의 싸움인데 거기서 KB를 비롯해 전통 금융회사가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이 빅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빅테크의 접근이 어려운 분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의 접근이 불가한 외국환 서비스, 기업용 거액송금 서비스 등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은행은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