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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이밝음 기자 = "위 위시 유어 메리 크리스마스, 위 위시 유어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7시쯤 서울 명동 거리에는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여파로 스산했던 명동 거리에는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명동 한가운데는 트리모양 전등이 설치돼 있었고 곳곳에서는 교회 관계자들이 나와 찬송가와 캐럴을 불렀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을 중단했던 노점들도 다시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명동 인근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손에 케이크를 들고 지나갔다. 명동성당 앞 트리에는 사람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연말 세일을 하는 한 옷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기도 했다.
구세군 냄비를 지키며 종을 울리던 20대 자원봉사자 A씨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모금해주셔서 감사하고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처음 구세군 봉사를 한다는 A씨는 "나눌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브날 봉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거리에서 영어로 캐럴을 부르며 복음을 전하던 한 교회 관계자는 "평소에는 주일 저녁에 나오는데 오늘은 성탄절을 맞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나왔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은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었다.
자신을 '하나'라고 소개한 몽골인(25)은 조카(21)와 함께 명동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는 "몽골에서는 새해는 기념하지만 크리스마스는 기념하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러시아 유학생 B씨(19)와 C씨(25) 역시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매직' 같다. 거리의 전등이 너무 이쁘다"고 말했다. B씨는 "러시아에 있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며 울상을 지으면서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제과점마다 손님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명동의 한 유명 제과점에는 가게 안에 예약된 케이크를 다 쌓아두지 못해 가게 입구에도 케이크를 쌓아놨다. 가게 직원은 "이런 불경기에도 장사가 잘돼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가게에서 케이크를 구매한 뒤 집으로 향하던 30대 중반 D씨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상황이 이러니 집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명동에서 만난 한 20대 연인은 숙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잠깐 쇼핑하러 나왔다는 이들은 "숙소에서 음식 시켜 먹고 이브를 보내려고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있기는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여행도 다니고 마스크도 벗고 다니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거리에서 닭꼬치와 케밥을 파는 인도인 야답스라지(34)는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서 현장에서 노가다하다가 오늘 크리스마스라서 다시 장사를 하는데 전혀 안팔린다"며 "마스크 때문에 사람들이 길거리 음식을 안 먹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명동 거리에는 간만에 활기가 돌았지만 건물 곳곳에는 '상가 임대' '휴업'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불이 꺼진 상점도 많았다.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폐업한 가게는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곳곳에 반짝이는 조명이 무색할 만큼 거리는 고요한 느낌이었다. 발길이 뜸해진 대형 카페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혼자 반짝이고 있었다. 거리에 캐럴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로수길 가게 사장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로수길에서 10년 넘게 장사했다는 카레전문점 사장 박모씨(36)는 "보통 이런 날엔 점심부터 손님이 많은데, 오늘은 사람들이 거의 안 나왔다"고 말했다. 가게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는 "작년에는 웨이팅도 있었는데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손해가 심하다"며 "내년 소망은 빨리 코로나19가 끝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장 E씨 역시 "완전히 파탄"이라면서 "예약이 90%가 취소됐다"고 푸념했다.
가로수길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크리스마스 때문에 나온 게 아니라 일 때문에 나왔다"며 "(가로수길 분위기가) 크리스마스 풍경이 아니다. 완전히 쓸쓸하고 스산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집에서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도 가로수길에서 조용히 연말을 맞이했다. 친구와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던 고등학교 3학년 오모양은 "원래 수능이 끝나면 여행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쉽다"라며 "가게들도 장식을 덜 하고 분위기 자체가 즐기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가게들이 크리스마스 장식도 안 해서 번쩍거리는 것도 없고 더 어두운 느낌이다. 가게들도 문을 많이 닫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소망으로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다른 것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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