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정부안, 유족·재계 모두 반발…'중대재해' 정의부터 난항(종합)
민주 "정부안, 논란 상당부분 해소"…유족 "처벌 수위 너무 낮춰"
경총 "선량한 관리자는 면책을…실제 지킬 수 있는 수준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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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김정률 기자,김진 기자,정윤미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9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를 이어갔으나 재계는 물론 산업재해 유족의 반발에 부딪히며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1월8일) 전까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날 법사위 소위부터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어 법안 처리가 이번 회기를 넘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20여분까지 전날 제출된 정부안을 토대로 중대재해법 단일안 마련을 시도했으나 쟁점이 많아 오는 30일 오후 2시 소위를 다시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여야 의원 모두 참석했다.
소위는 중대재해 개념을 정립하는 것에만 이날 내내 토론을 이어갔다. 유족과 재계가 반발하는 쟁점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은 중대재해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그 외 '시민재해'로 나누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1소위 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문제제기가 있어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정의 규정까지 논의는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부분이 많다. 정부도 이날 논의를 중심으로 정부안을 다시 정리해서 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로 개념을 나누는 것은) 거의 확정됐다"며 "법 전체적인 체계가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의견이 대체로 모아졌다"고 했다.
단일안 마련 시점에 대해 묻자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여러 문제가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가능성에도 "아직 단정지을 수 없다"며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 제출된 정부안은 재해 처벌 대상에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하고 위험방지 의무 위반 등으로 재해 발생을 추정하는 '인과관계 추정'의 조항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 삭제했다.
상시근로자 50~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도 추가되는 등 기존의 민주당에서 추진했던 법안보다도 수위가 낮아졌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안이 논란이 되는 쟁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으나, 고(故) 김용균씨 가족 등 유족은 법안의 취지가 왜곡됐다면서 소위 회의장을 찾아 발언권을 요청하는 등 항의했다.
백 의원은 유족들에게 "(정부안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가 됐다"며 "정부는 각계각층의 입장을 종합하고 취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처리 촉구를 위해 국회에서 정의당과 단식 농성 중인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처벌 수위를) 너무 낮춰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법안을 만들어 놨다"며 "법안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씨도 "정부가 정말 노동자의 죽음을 생각하냐. 원안을 갖고 논의하라"고 항의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노력할 것이라고 보지만 정부안은 너무 보수적"이라며 "최대한 원안을 살리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은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 부회장에도 "산안법은 죽음을 막지 못했다.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법으로 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총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노동자 용균이의 피를 갈아넣고 당신네들 재력을 쌓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CEO나 원청에 주어진 의무가 실제 지킬 수 있는 수준에서 명확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이현령비현령하는 제도가 아닌 현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열심히 해도 불가항력적 요소로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있다.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있지 않는 한 선량한 관리자는 면책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이 유예되는 방안에 대해선 "대기업도 2년 이상 유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마련할 단일안 등 상황을 지켜본 후 소위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서 법안심사에 함께 참여했으나 여당과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법사위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내에서도 각자 의견이 다른 것 같고 지금 정부도 각 부처의 의견이 취합되는 과정이고 단일안이 아니라고 한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법적용에 있어서 구체성과 명확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개념 정의부터 모호해 그 부분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며 "정부안은 민주당 안이다. 정부안이라고 제출됐으나 정의당안이 보이지 않는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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