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K리그 우승을 다툴 전북현대와 울산현대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매년 출발할 무렵이면 "올해는 분명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바람 섞은 기대를 품게 마련이지만, 2021년 K리그는 분위기가 진짜 심상치 않다. 큰 틀에서의 윤곽은 짐작이 가지만 그 안에 숨어 있을 갈림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예측이 쉽지 않다.

지난 2년이 그랬듯 챔피언 전북현대 그리고 라이벌로 자리매김한 울산현대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019년에는 승점 동률에 다득점 차이로, 2020년에는 승점 3점차로 전북이 울산을 따돌리고 정상을 지켜냈는데 올해도 박빙의 레이스가 점쳐진다. 그러나 또 다시 전북이 웃을지 아니면 울산이 15년의 한을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답이 망설여진다.


확실한 전력 우위를 보이는 두 팀 외 다른 10개 클럽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다들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 팀이 확실한 대항마'라고 뚜렷하게 돋보이는 팀을 꼽기 어렵다. 이미 전북-울산 외에는 춘추전국시대 느낌을 풍기고 있는데 올해는 변수들이 많아 더 혼란이 예상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안개정국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엇비슷할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시즌 막판 살 떨리는 시간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김상식 전북의 수성일까 홍명보 울산의 반격일까

판이 잘 깔렸다. 전북이 K리그 4연패와 FA컵 우승까지 '시즌 더블'로 위용을 뽐내면서 그냥 2020년이 끝났다면 2021년의 기대감이 반감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울산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상에 등극하는 '홈런'을 날리면서 기세가 비등해졌다.


국내 무대 2관왕 전북과 아시아를 제패한 울산, 두 팀의 3라운드 대결이 출발부터 흥미롭다. 동시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사령탑이 나란히 바뀌었다.

전북은 모라이스 감독의 후임으로 자타공인 '전북맨'인 김상식 감독을 선택했다. 2009년 선수로 시작해 코치로 '전북 왕조'를 일군 김상식 감독과 함께 '닥공(닥치고 공격)'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화공(화끈하고 화려한 공격)'을 모토로 5연패에 나선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울산현대 사령탑으로 현장에 컴백한다. © 뉴스1

울산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홍명보 감독이 부임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3년 여 활동했던 행정가에서 돌아와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한다. 중국 항저우 뤼청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 2017년 5월이었으니 3년7개월 만의 복귀로, K리그 클럽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

두 감독 모두 부담이 없다면 거짓이다. 김상식 감독은, 4연패 뒤에 배턴을 이어받는 것이다. 특정 팀이 5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상을 지키지 못하면 신임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홍명보 감독의 부담이 덜하지 않다.

울산이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을 때가 2005년이다. 그 한을 풀기 위해 최근 2~3년 엄청나게 투자했으나 아직은 2% 부족한 성적이다. 그래서 화룡점정처럼 영입한 지도자가 홍명보 감독이다. 다른 쪽에서 초점을 맞춘다면, 홍 감독 역시 우승 아니면 답이 없다.

◇ 김기동의 포항은? 그리고 '슈퍼매치' 라이벌은?

전북과 울산을 제하면, 근래 가장 좋은 성적과 내용을 보이고 있는 팀은 열정적 지도자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다. 특히 지난해 막바지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포항은 시즌 종료를 앞둔 마지막 10경기에서 무려 8승1무1패의 무서운 기세를 펼쳤고 울산과 전북을 모두 잡아내는 등 파이널라운드 5경기에서만 무려 15골을 넣는 가공할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 김기동 감독은 연말 시상식에서 K리그 역사상 최초로 '3위팀 감독상 수상자'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우려스러운 점은 있다. 지난해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일오팔팔(일류첸코-오닐-팔레시오스-팔라시오스)' 라인을 다시 가동하긴 어렵다. 외국인 선수들이 싹 바뀔 공산도 적잖다. 여기에 허리라인의 중심 최영준도 임대 기간을 마치고 전북으로 돌아간다. 누수가 큰 상황에서 ACL에도 나서야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포항이 포항다운 축구를 선보이면서 성적과 내용을 다 잡을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지난해 나란히 파이널 B그룹으로 떨어지는 등 체면을 크게 구긴 수원삼성과 FC서울, '슈퍼매치 라이벌'의 부활 여부도 관심사다.

박건하 수원삼성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수원은 지난해 막바지 지휘봉을 잡은 '리얼 블루' 박건하 감독과 함께 희망을 쐈다.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출전한 2020년 ACL에서 8강까지 진출, 자신감을 크게 장착했다. 빗셀 고베와의 8강전도 10명이 싸우다 승부차기 끝에 석패한 것이라 수원은 떨어지고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박수를 받았다.

FC서울은 새 출발이 키워드다. 1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은 막판까지도 새 감독 선임을 두고 진통을 겪어야했는데 최종 결론은 박진섭 전 광주FC 감독이었다. 근래 가장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젊은 지도자와 함께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막바지 몸 만들기에 주력했던 기성용이 본격적으로 뛴다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외에도 주목할 팀들이 꽤나 많다. 지난 시즌 막판에 힘이 떨어져 성적은 7위에 그쳤으나 김병수 감독과 함께 하는 강원FC는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한 팀이다. 여기에 '꾀돌이' 이영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원사격을 나선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미 강원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2부리그로 떨어졌다가 단 한 시즌 만에 1부 무대로 컴백한 제주유나이티드도 쉽게 볼 팀이 아니다. 과거 승격 팀들이 '일단 잔류'를 외친 것과 달리 제주의 목표는 '정상'에 맞춰져 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제주는 그 이전에도 ACL 진출권에서 놀던 상위권 클럽이었다.

12개 클럽을 다 언급해야할 정도로 시선 둘 곳이 많은 2021년 K리그다. 전북과 울산이 우승 경쟁 3라운드를 치를 공산이 크다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판세는 섣부른 전망이 조심스럽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