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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대상으로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들이 물망에 오른다. 이 중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앞서 2019년에도 인수설이 돌았던 NXP다.
지난 1월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이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향후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나 차량용 반도체 제조 역량 확충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중 NXP가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월가의 관측 때문이다.
월가발 인수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선두주자 NXP 노린다
최근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JP모건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미국에 기반을 둔 차량 반도체 기업 인수를 물색할 것이며 NXP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NXP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인근에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생산기지이자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 증설도 검토되고 있는 오스틴팹이 있는 곳이다.2004년 필립스 반도체사업부문 분사로 설립된 NXP는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전문기업이다. 업체와 기간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지난해 옴디아가 이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NXP(10.2%), 인피니온(10.1%), 르네사스(8.3%), TI(6.9%), ST마이크로(6.9%), 보쉬(4.7%) 순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조사에서는 2019년 사이프러스를 인수한 인피니언이 점유율에서 좀 더 앞서나갈 수 있다.
NXP는 특히 차량용 반도체 중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분야에서 일본 르네사스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경보를 울리는 등 특정 조건에 따른 개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품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비중이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한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MCU는 리드타임(주문에서 인도까지)이 26주에 달할 정도로 가장 극심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NXP를 인수할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미 2016년 미국 퀄컴에서 440억달러(약 49조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 투자로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일본을 포함한 주요 9개국의 반독점 심사 과정에서 중국이 홀로 몽니를 부리면서 결국 1년여를 끌다가 엎어진 바 있다. 이후 2019년에는 삼성전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회사에서 직접 부인했다.
바이든 요청에 화답하고 모빌리티 성장성 품고
업계에서는 이번에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하면 개발과 설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관련 역량을 대폭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그동안 공정의 특수성과 낮은 마진율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빌리티 분야 부상으로 성장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0년 380억달러에서 연평균 10.1% 성장해 2026년에는 676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차량 1대의 반도체 사용금액도 레벨2~3은 280~350달러 수준이나 레벨4 이상은 1150달러로 급증한다. 반면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의 세계 점유율은 2.3%가량이다. 자동차 생산 세계 점유율에서 대수 기준 4.3%, 수출액 기준 4.6%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하면 차량용뿐 아니라 모바일과 네트워크 및 IoT(사물인터넷) 등 NXP의 여러 반도체 부품 사업 관련해서도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이 넘어 인수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NXP 시가총액은 26일(현지시각) 기준 약 565억3400만달러(약 62조8000억원)다. 업계에서는 인수가격이 통상 이보다 10~15% 높게 형성된다는 점에서 70조원 규모 딜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 관련 CEO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 해결을 촉구한 이후로 반도체 업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공장들을 잇따라 멈추게 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부터 해결에 나서는 모습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발표한 인텔은 6~9개월 내 생산 계획을 즉각적으로 내놨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중국 난징 반도체 공장에 28억8700만달러(약 3조2000억원)을 들여 차량용 제품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NXP 인수가 성사되면 메모리 1위이자 파운드리 2위인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서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에도 화답하는 셈이다. 다만 과거 퀄컴의 사례처럼 주요국 승인 과정에서 암초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체할 수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한다면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과는 성격이 좀 다른 차량용 제품의 개발과 설비 관련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당면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한 고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모빌리티 분야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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