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폐허가 된 북한에서 전쟁의 참상을 파헤친 외국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이를 '우리는 고발한다'라는 책으로 냈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 오히려 마녀사냥을 당하고 최근까지 잊혀졌다. 바로 '국제민주여성연맹'(WIDF, 국제여맹) 한국전쟁 조사위원회다.
'냉전의 마녀들'은 한국전쟁기 북한지역 전쟁실태를 조사한 최초의 외부 조사단인 이 국제여맹 한국전쟁 조사위원회의 발자취를 추적한 책이다. 역사학자인 김태우 한국외대 교수가 썼다.
한국전쟁 조사위원회는 국제여맹의 요청으로 전쟁의 참상을 조사하기 위해 북한에 파견됐다. 각국에서 온 21명의 조사위원은 1951년 5월16일 밤 신의주에 도착해 10일 동안 평양과 안악, 원산 등을 둘러봤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 토굴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만 발의 소이탄(燒夷彈), 민간인 집단학살과 고문, 생매장의 흔적과 증언이 넘쳤다. 정당한 사유로 시작된 전쟁이라도 모든 도시와 농촌을 완전히 불살라버리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 첨예한 냉전 질서 속에서 이들의 고발은 묵살됐다. 보고서는 소련의 선전 팸플릿으로 폄하됐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무시했고 보수 여성단체들을 부추겨 비난에 나서게 했다. 유엔은 국제여맹의 유엔 내 공식 지위를 박탈했다.
저자는 반세기 넘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잊힌 이들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했다. 또 변호사, 정치가, 도서관장, 대학교수, 교장 등 한때 전도유망한 여성이었던 이들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 개개인의 이야기를 복원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