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사용권 그거 의미 있나요? 먼저 받은 보험사와 친하거나 이해관계 맞으면 기간 만료되기 전 똑같은 보험상품 만들어 팔 수 있는데요. 몇 년간 공들여 참신한 보험을 출시해 봐야 금세 다른 곳에서 같은 상품을 내놓으니 차별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한 보험사 임원의 말이다. 배타적 사용권은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게 부여하는 한시적 독점판매 권한이다. 하지만 기한이 끝나기도 전에 똑같은 보장을 베낀 상품을 다른 회사에서 출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 권한은 점차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특히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보험사와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지면 얼마든지 어겨도 된다는 분위기마저 엿보이며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가 백신보험 특허침해 건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삼성화재가 올 3월25일 획득한 백신보험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이 만료되지 않은 시점(6월15일)에 DB손보가 금융플랫폼 토스와 함께 백신보험 사전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화재는 라이나생명과도 백신보험 특허침해 건으로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삼성화재와 라이나생명이 이날(25일) 아나필락시스 보장 상품을 동시에 출시한 가운데 삼성화재가 이미 관련 보장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해 판매권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지만 사실상 독점적 판매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해당 사안은 삼성화재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일단락됐다. 

지난해 5월엔 삼성화재와 DB손보가 운전자보험 배타적 사용권 침해 논란으로 갈등을 겪었다. DB손보는 지난해 4월 운전자가 중대법규를 위반해 교통사고로 타인에게 상해(6주 미만 진단)를 입힌 경우 해당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을 가입금액 한도(최대 300만원)로 실손 보상하는 특약을 신설했다.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취득해 7월까지 독점적 판매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6월 비슷한 보장 내용을 전 가입고객에게 소급 적용키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화재는 6월7일부터 ‘스쿨존 내 6주 미만 사고’에 한해 별도 보험료 추가 없이 기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특약으로 최대 5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한 것이다. 배타적 사용권이 유사상품 출시를 막아낼 수 있는 장치로서 갖춰야 할 힘이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해외 보험사들은 ‘붕어빵 보험’을 찍어내는 한국 회사와 다르다. 시장을 쫓아가기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특화한다. 배타적 사용권 침해에 따른 분쟁 소지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 스테이트팜은 주택·자동차보험만, 독일계 글로벌 보험사 다스는 법률비용보험만 각각 취급하고 있다. 영국의 히스콕스는 납치·문화재보험 등으로 입지를 굳혔다. 


새 시장 개척보다 히트 상품을 재빨리 베껴 내는 데 집중하는 지금의 분위기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보험사 탄생이 요원하다. 배타적 사용권을 내세우는 협회도 더 이상 힘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와 고령화로 경영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보험업계의 미래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