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열린회의실에서 손하트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사진=하나카드 월드 캡쳐
금융권이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가상공간)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연결’이란 메타버스의 기술적 특성을 접목해 업무방식, 서비스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소통창구가 된 만큼 미래 고객 선점을 위해 가상세계 안으로 직접 몸을 내던지는 모습이다.

메타버스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외부세계와 개인 일상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제페토’에 맵(가상 공간) ‘하나카드 월드’를 구축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금융권의 메타버스 활용을 체험해보기 위해 하나카드 월드에서 박병규 하나카드 마케팅지원섹션 차장을 만났다. 서로의 개성을 담은 아바타로 말이다.

권길주 사장도 아바타로 ‘쏙’… MZ세대 공부하는 하나카드

메타버스 안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가상 공간의 ‘나’를 꾸미는 일이다. 아바타가 나 자신을 상징하는 만큼 평소 즐겨 입는 옷차림으로 아바타를 꾸몄다. 여기에 요즘 빠져있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을 상징하는 동물캐릭터 머리띠를 착용해 멋을 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몄다면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모두 끝난 셈이다.

하나카드 월드에 입장하면 제일 먼저 상하좌우 둘러싼 가상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아바타는 물론 모든 공간이 가상의 이미지로 구현됐다. 사용자는 방향키를 조작해 아바타를 원하는 장소로 움직일 수 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메시지와 음성 대화로 이뤄진다. 

“들리세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박병규 하나카드 차장의 목소리다. 그의 아바타 ‘브라이언’이 다가왔다. 뒤를 따라 하나카드 월드에 첫발을 뗐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하나카드 열린 회의실이다. 회의실 앞쪽에 칠판과 모니터가 놓여있고 그 앞으로 의자가 배치됐다. 한 아바타가 발표를 진행하면 다른 아바타들은 착석해 발표를 청취할 수 있다. 

실제 하나카드 임직원들은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부 경영회의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일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은 영어 이름을 딴 아바타 ‘사이먼’을 만들어 이 공간에서 직원들과 교류에 힘쓰고 있다. 회의실을 배경으로 박 차장과 인증샷을 찍었다. 약간의 막춤도 가미했다.
(오른쪽)닉네임 브라이언의 박병규 하나카드 마케팅지원섹션 차장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인증샷을 남겨봤다./사진=하나카드 월드 캡쳐

코로나19 시대의 대안?… 메타버스로 ESG경영까지

하나카드는 이 곳에 야외콘서트장, 캠핑장, 한옥마을, 하나카드 사옥 등 총 6개 공간을 구성했다. 박병규 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어떻게 고객들과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금융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의 집결지에 와있다는 기분이 든 건 다양한 아바타의 모습에서였다. 좀비 분장을 하거나 다양한 머리 모양, 화려한 옷차림의 아바타들은 곳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박 차장은 “MZ세대의 언어를 익히고 배우기 위해 매일 퇴근 후 메타버스 세계관을 공부하고 있다”며 “이 곳에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포즈로 사진, 동영상을 촬영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 MZ세대는 본인이 경험한 걸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인증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카드는 메타버스에서 금융고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면서 이후 다양한 브랜드 협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공간에 영업점을 구축하고 카드를 발급해 주는 등 금융서비스는 현재 검토 중이다. 

박 차장은 “앞으로 이 곳에서 다양한 브랜드 협업을 진행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의 아바타 공연을 펼쳐 문화예술 상생을 위한 ESG 경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 될까… “새로운 고객경험 제시할 때”

사진=이미지투데이
한 시간 가량의 체험 뒤 ‘그럴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현실과 터무니없이 동떨어지진 않을까 생각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현실과 가상, 그 사이를 묘하게 걸친 ‘요즘 공간’이란 느낌을 가졌다. 

시간과 장소의 물리적 한계 없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기업에겐 눈도장을 찍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느껴졌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고객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에 머물러 있지만 금융사들은 앞으로 플랫폼에서 금융 거래가 가능한 가상영업점 운영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

전문가는 메타버스를 통해 금융사가 이전과 다른 고객경험을 제시하고 진보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전문가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빅테크, 인터넷은행들이 등장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시중은행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쟁력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MZ세대와 교류가 약했던 만큼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이 모여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뛰어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가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상품이 개발돼야 그에 맞는 새로운 고객층이 유입되는데 기존 금융권은 예전부터 있던 상품을 조금씩 손을 보면서 버텼던 것 같다”며 “이젠 금융권 전반에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시점이 된 것 같고 메타버스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