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부산=뉴스1) 장아름 기자 = "더 폭넓게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은 대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한국과 일본의 두 거장,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서로를 향한 팬심을 고백하며 작품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의 뜨거운 대담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열기를 더욱 달궜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진행됐다. 이번 스페셜 대담은 이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 상영과 GV에 이어 진행됐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잇는 차세대 일본 감독으로, 올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두 편을 동시에 선보였다.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드라이브 마이 카'는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제 수상작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도 알려져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 에서 상영된 '살인의 추억'(2003) GV에서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것은 물론 지난해 일본에서 '기생충'(2019)에 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가며 열리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날 봉준호 감독은 대담을 시작하며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제 자신이 궁금한 게 많다. 또 같은 동료로서 직업적 비밀을 캐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많은 욕심을 갖고 질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객들 질문하실 시간이 있을지 보장을 못하겠다"고 너스레를 떤 뒤 "더 폭넓게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봉준호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스페셜 대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먼저 봉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영화의 자동차 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감독들 입장에선 자동차 신을 찍게 되면 부담이 있다"며 "관객들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겠지만 찍는 입장에선 성가신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엄청나게 중요한 대사와 침묵이 오랜 시간 펼쳐지는데 어떻게 도대체 찍은 건지 궁금하다"며 "특히 여러 방법이 있지 않나, '기생충'의 자동차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멈춰 있는 차에서 찍은 것"이라면서 "송강호가 운전하고 이선균이 대화하는 장면은 그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의 자동차 대화신의 의미에 집중하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평소에 대화를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상대 눈을 보고 대화를 못하시는 분이라 운전석에 앉으시면 그렇게 대화를 잘 하셨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승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라는 영화를 1990년대에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 지금은 그 살인범이 교도소에 있지만 영화를 만들 당시엔 몰랐기 때문에 형사분들을 만난다거나, 주민, 기자분들 많이 만났다, 그분들을 통해 리서치와 인터뷰를 했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범인은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만남은) 불가능한 것이라 머리로 상상을 많이 했다"며 "그때 '큐어'에 나오는 살인마 캐릭터를 보며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연쇄살인범을 기요시 감독님 영화의 캐릭터를 보며 해소했다"고 고백했다. 또 봉준호 감독은 "(연쇄살인범이) 저런 인물일 수 있겠구나 했다"며 "극 중 살인마 마미아가 일본 관료들과 하는 기막히고 이상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대사가 있다, 그런 것들이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를 들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살인의 추억'은 대걸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 이 작품은 20세기 일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두 작품의 접점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흥분이 될 정도로 기쁜 이야기"라고 털어놨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자신의 스승이라 다시 한 번 밝힌 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실제 스승"이라면서 "에릭 로메르는 가공의 스승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감독인데 에릭 로메르는 흉내내고 싶은 감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봉준호 감독만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저 같은 경우도 캐스팅 오디션 과정에서 시나리오의 어느 한 페이지를 복사해서 배우에게 주고 사무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갑자기 (연기) 해보라고 하는 그 상황은 봐야 하는 저도 불편하고 민망하다"며 "그런 건 되게 싫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배우분들은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한다"며 "연기의 능력이나 표현력은 그분이 했던 다른 독립영화나 공연을 보면 되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생충' 지하실의 박명훈 배우도 제가 좋아했던 독립영화에서 보고 캐스팅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캐스팅 기준에 대해 "연기 잘하는 분들 모셔오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잘한다는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해 수백가지 정의가 있다"며 "저 자신이 모순된 걸 갖고 있다"면서 "배우가 내가 계획한, 내가 상상한 뉘앙스를 정확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 내가 예상치 못한 걸 보여줘서 날 놀라게 해줬으면 하는 모순된 욕심이 있다, 돌이켜보면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봉준호 감독은 디렉팅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그는 "소위 말하는, 디렉팅이라는 명분으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얘길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배우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길 중얼거리고 있을 때가 있다, 메이킹 필름 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다, 감독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왜 현장에서 배우에게 그런 얘길 했을까, 하나마나 하는 얘기인데, 그런 후회나 부끄러움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런 걸 많이 줄이려고 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최대한 적게 말할 수 있을까, 배우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한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봉준호 감독과의 스페셜 대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날 봉준호 감독은 한 관객이 연출에서의 약점 혹은 실수로 연출했는데 반응이 좋았던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영화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불안감의 표현"이라며 "제가 불안의 감독이라면, 하마구치상은 확신의 감독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말하고자 하는 바, 방법론, 지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들이 나름의 철학과 확신, 바위 덩어리 같다"며 "저는 매순간 불안하기 때문에 어디로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는 과정에서 그걸 관객들이 '좋다, 재밌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독창적이다'라고 해주는 해석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백했다.

봉준호 감독은 "그래서 제 입장에선 여러가지 불안함의 표현이 그 자체가 약점이 아닐까 싶다"라며 "내가 도달하고 싶은 지점이 있어도 그것에 대해 계속 의심을 한다"면서 "'이런 얘길 굳이 해야 할까, 이 얘길 절실하게 해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 않을까' 불안감이 많기 때문에 그게 약점이면서 또 제 자신을 신뢰 안하기 때문에 강점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영화를 만들다 보면 영화가 우리 손을 떠났다 느껴지는 시점이 있다"며 "개봉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편집, 촬영 후반부일 수 있는데 이미 이 영화는 나보다 커졌고, 영화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내 손을 떠났거나 나의 사고, 머리 몸보다 훨씬 커져버린 상태를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걸 수긍하며 따라가야 하는 것 같다, 그 지점에 이르면 오히려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자긴 어때?"라고 질문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 말을 하면 저는 부끄러운데 저도 봉준호 감독님과 마찬가지다, 저도 불안이다"라며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막 해보는 거다,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쓴다거나 리허설을 반복적으로 해나간다거나 기본적으로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고 저는 그런 점에서 불안 덩어리"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봉준호 감독은 "거짓말!"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7일 오후 부산광역시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환으로 열린 스페셜 대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시간이 점점 다된 게 아닐까 싶어 하고 싶은 얘길 하겠다"며 "내가 지금 봉준호 감독님의 연출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감독님이 제게 커다랗게 긍정해주는 것이 있으면서 한쪽으로 '그래도 너는 아직 더 할 수 있어' 하는 느낌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뭔가 끌어내주는 느낌도 든다, 이런 감독님 밑에서 연기를 한다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하며 깊은 팬심을 또 한 번 고백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요즘 일본영화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드문 힘과 에너지와 집중력을 가진 귀한 감독이기 때문에 선후배 떠나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간의 마음에 도달하기까지 진짜 과정을 함부로 서둘러 축약하거나 편집해버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몰랐던 사람의 마음을 마침내 알게 되는 것처럼 실제 그 과정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다"며 "마음의 체험을 해줄 수 있게 해준 귀한 창작자다, 좋은 시간 가져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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