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점포는 ‘그림의 떡?’… 저축·지방은행, 온라인으로 ‘승부’
[연중기획-디지털 금융, 세상을 바꾸다Ⅴ-2] 저축은행 '플랫폼', 지방은행 '메타버스' 강화
강한빛 기자
8,937
공유하기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융사의 디지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비대면 업무의 일상화와 신산업 분야 혁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디지털화에 나서는 금융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금융권 혁신을 향한 합종연횡도 이뤄진다. 금융사와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손잡고 데이터 유통·결합·사업화에 나서며 디지털 혁신 성장을 도모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는 것. 핀테크·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사·증권사의 디지털화 현황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짚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1) “점포의 변신은 무죄” 편의점서 카드 만든다
(2) 디지털점포는 ‘그림의 떡?’… 저축·지방은행, 온라인으로 ‘승부’
시중은행이 AI뱅커(인공지능 은행원)를 도입하거나 편의점 등 이종 업종의 채널을 활용한 디지털 점포 구축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저축·지방은행은 점포 구축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규모(자산)나 이익 등이 작아 설치, 운영 등 비용부담이 큰 게 주된 요인이다. 이에 저축·지방은행의 눈은 점포 밖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플랫폼 개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활용 방안을 모색해 온라인 중심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중요한 건 알지만…” 여전히 그림의 떡?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DGB대구·광주은행으로 총 2곳에 그쳤다.
무인점포 수 역시 매년 줄고 있다. 2018년 말 222개, 2019년 말 200개, 지난해 말 195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71개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무인점포는 전무한 상황이다.
무인점포는 단순 입출금 외에도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 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90%를 수행할 수 있으며 고객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은행은 디지털 시대에 맞춘 점포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저축·지방은행 관계자들은 무인점포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점포 구축이 더딘 이유로 비용 문제를 꼽는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설치, 관리·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중은행의 디지털점포 추이 등을 몇 년 지켜보고 도입을 고려하는 게 리스크도 줄이고 비용 절감 차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점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후발주자더라도 안전함을 택하는 게 운영상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시중, 지방은행 총자산 중 지방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12.1%에서 매년 줄어 올해 1분기 10.9%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원으로 1년 사이 1000억원(10%)이 감소하는 등 고전하는 상황이라 디지털점포가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2010년 상반기 86조4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02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10년 동안 16조 성장에 그쳤다.
플랫폼 강화에 메타버스까지 ‘잰걸음’
저축·지방은행들은 이처럼 디지털 점포 경쟁에서 뒤처지자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플랫폼을 개편하거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디지털 경험치를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SBI저축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사이다뱅크’로 고객 유입을 늘리고 있으며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3월 웰컴디지털뱅크의 세 번째 버전 ‘웰뱅3.0’을 출시, OK저축은행 역시 자체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페퍼저축은행은 ‘디지털 풀뱅킹’ 구축을 목표로 플랫폼 ‘페퍼루’ 고도화 작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사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지난 9월 각각 ‘뱅뱅뱅’, ‘크크크’로 ‘듀얼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마련했다.
지방은행은 지역적 한계의 돌파구를 메타버스에서 찾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채용설명회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54주년 창립기념일 행사’ 역시 메타버스 내 가상세계에서 진행했다. 전북은행은 지난 8월 말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 중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가입했으며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의 지역밀착 금융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메타버스 기술 업체 등과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BNK핀테크랩’을 출범했다.
“대세된 디지털 전환… 단계적 전환 필요해”
일각에서는 디지털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지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 이용객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급격한 온라인 전환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 고객의 ‘금융 사각지대’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말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304개다. 2018년 12월 312개, 2019년 12월 305개에 이어 꾸준히 줄고 있다. 6개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전북·광주·제주은행)은 2019년 12월 935개던 오프라인 점포가 지난해말 892개로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디지털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생사가 나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오프라인 점포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이는 가운데 디지털 역량 강화에 주목하는 저축·지방은행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이어 “다만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는 노인층,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여전히 필요한 만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지방·저축은행 등이 시대적 흐름에 맞춰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건 당연한 모습이지만 은행이라는 곳은 은행 업무를 보는 곳이면서 주변 지역민들의 ‘모임 장소’ 역할도 한다”며 “영업점을 줄이거나 급격하게 디지털전환에 나선다면 지역민들 간 교류가 줄고 서비스 이용시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어 단계적인 전환으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강한빛 기자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