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매해 연말 돌아오는 ‘인사시즌’이 다가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연임 의지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김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회장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은행장은 허인 국민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다. 이들은 연임을 이어갈 수 있을까.(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떠나는 김정태, 포스트는 누구?… 허인·권광석 유임되나

(2) 허정수 KB생명 사장, 적자에도 4연임?… 농협·하나손보·교보생명은

(3) 이동철·조좌진·권길주 사장, 호실적에 연임 '청신호'


은행권 역시 매해 연말 돌아오는 ‘인사시즌’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없었던데다 지난해 조직 재정비가 대부분 이뤄진 만큼 수장 교체 등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금융권 인사에 돌발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수장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0년 채운 김정태 회장, 누가 바통 이어받나

허인 KB국민은행장을 필두로 12월부터 임기가 끝나는 은행권 수장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단연 ‘포스트 김정태’다.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임기가 끝나는 수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유일하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내년 12월까지 회사를 이끌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23년 3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같은 해 11월 각각 임기가 끝난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2015년(3년), 2018년(3년), 올 3월(1년) 등 4연임에 성공하면서 총 10년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다.

1952년 생으로 내년에 만 70세가 되는 김 회장은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규 상 이사의 재임 연령 제한에 걸린다. 재임 중 만 70세가 되면 최종 임기는 해당일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다. 앞서 김 회장은 추가 연임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나금융은 내년부터 회사를 이끌 ‘포스트 김정태’를 찾아야 하는 만큼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늦어도 내년 1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을 꼽는다.

특히 하나은행장을 거쳐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뒷받침하는 함영주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함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행장 자리에 오른 뒤 2016년 지주 부회장직에 올라 김정태 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오랜 기간 2인자 역할을 해온 함 부회장이 김 회장의 바통을 무난히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은형 부회장도 그룹 내 글로벌 부문을 맡고 있어 차기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지만 지난 3월부터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겸직하고 있어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박성호 행장 역시 당분간 하나은행을 이끄는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인 행장, 윤 회장과 파트너십 이어갈 듯

은행장들 인사 역시 관심사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올 12월 말,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내년 3월 각각 임기가 끝난다. 이어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022년 12월, 박성호 하나은행장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올 1월 취임한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2년 임기를 받았다.

2017년 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3연임(2+1+1)한 허인 행장은 올해도 연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허 행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KB국민은행 역사상 첫 4연임 수장이 나오는 것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2023년 11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윤 회장과 허 행장의 끈끈한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허 행장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때부터 전산통합 업무 등 은행의 핵심 전략을 주도하면서 윤종규 회장과도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춰왔다.

2014년 윤 회장 취임 후 허 행장은 경영기획그룹 전무로 은행 전략을 담당했다. 1년 후엔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등 은행의 핵심 업무를 진두지휘하며 윤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무엇보다 2017년 4635억원 차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8년 만에 리딩뱅크를 탈환한 뒤 이를 수성하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국민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조2003억원으로 신한은행(2조1301)억원을 앞질러 리딩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이어갔다.

민영화 앞둔 우리금융, 연임이냐 교체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실적 개선에 따른 연임 전망과 우리금융 민영화에 따른 수장 교체 등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앞서 권 행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은데 이어 올 3월 임기를 연장할 때도 1년만 주어졌다.

권 행장은 2020년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라임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잡으며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들어서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0.9% 급증한 1조9930억원을 기록하며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등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보유 지분 15.13% 중 10.0% 매각 결과가 권 행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4% 이상 지분을 획득한 주주에게 사외이사 1인 추가 추천권이 부여돼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구성이 바뀔 수 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농협금융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 내년 3월 새 정권이 들어서면 농협금융 회장직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진 행장은 라임펀드 환매 사건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들의 인사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 대선이 돌발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