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싸나희 순정 스틸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플라멩코신이 중요한 신인데 눈 속임으로 하면 느낌이 살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하긴 싫었고 하는 김에 '멋있었어'라는 소리도 듣고 싶었어요."

배우 심은진은 영화 '싸나희 순정'(감독 정병각)의 플라멩코신을 연습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털어놨다. 영화에서 길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심은진의 플라멩코신이 유독 빛나는 이유였다. 스스로 밝힌 솔직한 성격만큼이나 진실되게 연기하고자 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고백이었다.


심은진이 출연한 '싸나희 순정'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해 마가리에 불시착한 시인 '유씨'(전석호 분)가 동화 작가를 꿈꾸는 엉뚱발랄한 농부 '원보'(박명훈 분)와 얼떨결에 동거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페이스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연재된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가 원작이다. 최근 개봉했다.

심은진은 극 중 카페 사장 엠마 역을 맡아 활약했다. 과거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영화 속 시골 마을인 마가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밝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다. 특히 플라멩코 춤을 추는 캐릭터인 만큼, 심은진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춤에 재도전했다. 처음 추는 플라멩코는 쉽지 않았지만, 한달반동안 연습에 매진해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내년이면 햇수롲데뷔 25차를 맞이하는 심은진이다. 지난 1998년 베이비복스 2집 앨범 '야야야'로 데뷔해 1세대 K팝 걸그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솔로 가수 및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그였지만, "정말 순탄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텼다"는 고백을 전했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나쁜 사랑'을 통해 만난 배우 전승빈과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심은진을 만나 그간의 연예 활동, '싸나희 순정' 촬영 비화와 결혼 소감에 대해 들어봤다.

싸나희 순정 스틸 © 뉴스1

-영화는 어떻게 봤나.

▶대본으로 봤을 때는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했다. 시골 풍경과 대사가 어우러지니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받았던 느낌이 잘 표현되더라. 역시 배경과 공간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더라. 영화가 더 풍부해졌다. 저는 대사가 좋았고 아름답다 생각했는데 그게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저는 제가 출연한 영화라 아무래도 객관성이 없다.(웃음)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다 '너무 괜찮은 영화다'라고 해주시더라. 리뷰도 찾아봤는데 빌런도 없어서 좋다고 해주셨다. (전)석호가 '누구한테나 필요한 영화'라고 한 말이 와닿았다. 남편도 자신한테 필요한 영화였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따뜻한 영화를 봤다고 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스크린은 '우주의 크리스마스'(2016)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운 좋게 좋은 감독님과 따뜻한 대본도 만나서 너무 좋았다.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게 복이 아닌가 한다.

-어떤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나.

▶회사를 통해 제안받았을 때 영화 내용은 좋은데 춤을 춰야 하는 신이 있어서 제가 가져가야 할 부담이 있더라. 고민하던 중에 (박)명훈이 오빠가 한다고 해서 확인 차 연락을 했었다. 오빠가 출연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최대철, 최대성 오빠도 같이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오빠들과 10년 전에 '온에어 초콜릿'이라는 뮤지컬을 같이 했었다. 그때 같은 팀이었어서 그때처럼 재밌게 작품을 함께 해보자 해서 오빠들 말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원작은 접했었나.

▶모르고 대본을 받았었고, 류근 시인의 원작이 있다는 건 리딩 때 처음 알았다. 원작을 찾아보고 나서는 '내 스타일이다' 했다.(웃음) 저도 툭툭 내뱉는 걸 좋아한다. 무심한데 감성이 들어간 걸 좋아한다. 류근 시인님 자체가 어른 동화를 쓰시지 않나. 애들이 읽으면 어렵지만 어른들에겐 동화처럼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을 쓰시더라. 좋았다.

-원작에는 없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제 캐릭터는 원작에는 없었지만 감독님과 연기 방향과 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제 색깔이 많이 들어갔다. 영화에서 입었던 옷도 다 제 옷이다. 의상팀은 있었지만 제가 보기보다 살랑살랑한 치마가 많아서(웃음) 협의 하에 제가 갖고 온 옷과 섞어서 입기도 했다. 캐릭터는 대사가 그렇게 많진 않았는데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비주얼이라 생각했다. 대사도 빠르게 쳤다.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써서 말투가 느린데 서울 여자의 반대되는 성향을 보여주고 싶었다. 목소리도 높게 잡고 발랄함을 살려서 성격을 표현하려 했다.

싸나희 순정 스틸 © 뉴스1

-사랑에 아픔이 있는 캐릭터로 표현됐는데.

▶댄스 학원을 차리려 했는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좋아하던 남자가 학원을 차리려던 돈을 갖고 튄 아픔이 있었다.(웃음) 술 먹고 우는 게 흔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순수한 감성을 갖고 있는 여자로 표현되길 바랐다. 그런 감성을 갖고 있는 여자니까 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는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지방에 누구나 다 내려와서 정착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골에서 카페도 차리고.(웃음) 그런 감성을 갖고 있는 여자니까 그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것 같다. 기본 감정에 직구로 충실한 사람, 아이마냥 순수한 사람으로 표현 되길 바랐다.

-본인의 실제 성격과도 닮았나.

▶숨기는 편은 아니다. 이것도 이미지와 다르게 눈물이 많다.(웃음) 저는 TV에서 사람이 울면 같이 따라 운다. TV에서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남편이 저를 쳐다본다. 그 정도로 눈물이 많다. 그것도 숨기지 않는다. 화났으면 화났다 하기도 하고, 말할 때도 숨기면서 돌려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해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싫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준다.

-남편과도 그런 성향이 잘 맞는 편인가.

▶서로가 다 솔직하다. 그래서 싸움이 많이 안 난다. 기분이 좋으면 다 표현하고 기분이 나빠도 '나 이거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 하니까 이해하고 갈 수 있다. 보통 대화로 잘 푼다. 너무 돌려서 헷갈리게 말하는 걸 안 좋아한다.

-영화 속 캐릭터가 강렬한 이유는 플라멩코 때문이었다. 영화에서 플라멩코가 어떤 의미라 생각했나.

▶의미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웃음) 연습 시간이 정말 짧았다. 원래 췄던 춤이면 일주일이라도 금방 하겠는데 다른 장르의 춤을 추려면 기본기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저도 스케줄이 있으니 연습을 매일 갈 수 없다. 일주일에 많아봤자 2~3번 밖에 연습을 못한다. 연습 기간이 한달, 한달반이라고 했지만 그 기간 안에 해내려면 의미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노력한 만큼 나와서 후회는 없다.

-춤을 15년 만에 처음 췄다고 했다.

▶그간 어디가서 춤을 출 기회가 없었다. 음반을 낸 적도, 콘서트를 한 적도 없고 예능 나와서 잠깐 안무를 춘 게 전부다. 몸으로 습득한 건 몸이 당연히 기억하고 움직이긴 하지만 체력이 되느냐가 문제였다. 근육이 없다 보니 플라멩코를 소화할 만한 체력이 안 되더라. 몸까지 만들고 춤을 추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당시에 심지어 디스크 때문에 1~2년 동안 운동을 아예 안 한 상태였다. 병원에 치료 받고 왔다갔다 할 때였는데 힐까지 신고 춤을 춰야 하니까 발톱도 빠지고 물집도 잡혔다. 신발 때문에 멍이 들어서 발톱이 나가더라.

-부상까지 감당하면서 연습한 이유는.

▶감독님이 저를 뽑으신 이유가 있지 않나. 굳이 저를 뽑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가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저는 춤을 못 추면 안 되는 거다. 더욱이 플라멩코신이 중요한 신인데 눈 속임으로 하면 느낌이 살지 않는다. 저도 그렇게 하긴 싫었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하는 김에 '멋있었어'라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

-박명훈 배우와 오랜만에 만난 소감은.

▶오빠는 여전하다. 평소에는 얌전하게 얘기하고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웃긴 거 슬픈 거 진짜 잘 살리는 배우다. 오빠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그게 오빠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연기하면서도 한번도 부담스러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언젠간 잘 될 거라 생각했고 명훈이 오빠가 잘 되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다. '기생충'으로 주목받았을 때도 '이제야 알아주는구나' 했다. 오빠는 심지어 멀티다. 웃긴 것도 잘했다. 영화 드라마에선 악역으로 잘 나오는데 진짜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는 오빠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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