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865명 발생한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1.12.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코로나19 변이에 강력한 대응이 가능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내년 1월말부터 국내서 처방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7일 팍스로비드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렸다.

이로써 현재 관리가 가능한 '독감 바이러스'처럼 코로나19도 백신과 먹는 치료제라는 환상의 조합을 갖추게 되면서 일상 회복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코로나19 국내 유입 약 2년만에 이룬 결실이다.


하지만 치료제는 전세계가 사용할 많은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숙제로 남는다. 백신은 유독 바이러스 변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부스터샷과 변이에 특화된 백신 재개발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어와 치료 옵션이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팍스로비드의 치료효과는 88%로 확인됐다. 임상결과 2240여명의 피험자들 중 98%가 델타변이 감염자였고, 이 약을 복용한 경우 입원이나 사망자 비율이 88% 감소했다. 즉, 델타변이에 상당한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전문가들 의견과 자문회의 과정에서 논의된 바를 평가하면 팍스로비드의 작용 기전이 변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치료제는 변이에 대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정부는 팍스로비드를 포함해 먹는 치료제 60만4000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총 100만4000명분에 대한 계약을 추진 중이다. 팍스로비드는 내년 1월 중순 도입해 1월말부터 처방한다는 계획이다.


◇먹는 치료제 효과 입증, 문제는 생산량…전세계 확보 경쟁 예고

다만 팍스로비드의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세계 각국의 치열한 확보 경쟁을 예고한다. 앞서 백신 도입 과정에서 겪었던 물량 부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화이자는 일단 국제비영리기구 '의약품 특허 풀(MPP, Medicines Patent Pool)'을 통해 중저개발 95개국(전세계 인구 53%)에서 팍스로비드의 복제약(제네릭) 생산에 대한 기술특허사용료(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가입국가는 화이자에서 생산한 오리지널 약만을 수입 유통 가능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OECD 국가에 대한 공급 병목 현상이 우려되고, 나아가 세계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이자의 내년 생산 예정량은 1억2000만명분으로 당초 계획했던 8000만명분보다 증가했으나 수요에는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선구매한 1000만명분도 내년 2분기에나 모두 도입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과 달리 경구용 코로나19 약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신속하게 위탁생산할 수 있다"며 "화이자에서 위탁생산을 맡기면 중저개발국가에 이를 수출하고, 국내 도입 물량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약을 빨리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천 교수는 이어 "전체 생산량을 신속히 확대할 필요도 있는데, 백신보다 비교적 생산이 쉬운 경구용 치료제만이라도 먼저 기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스터샷+새 mRNA 백신' 활용으로 예방력 유지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작용기전 특성상 바이러스가 아무리 변신을 거듭해도 바뀌지 않는 몸뚱어리 중 한 곳을 억제하기 때문에 변이에도 강력한 효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백신은 유독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 불안정성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가 독감 바이러스보다 변이 속도가 확연히 빨라 백신 효과가 뚝뚝 떨어지고 있어서다.

백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최근 전세계를 잠식 중인 '오미크론' 변이주에 대한 기존 백신의 '부스터샷' 효과가 들쭉날쭉해 우려 수위가 높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보건안전국(UKHSA)은 "오미크론은 부스터샷 접종 10주가 지나면 델타 변이보다 예방효과가 15~25%까지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반면 독일에선 부스터샷 접종시 오미크론 중화능력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과 독일은 4차 접종 확대도 고려하거나 필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부스터샷은 중증전환율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다.

천은미 교수는 "중증 예방 차원에서 백신 접종의 효과는 있다"면서 "중증 위험군에게 추가 접종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새로운 백신 재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3개월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개발사들의 입장이다. mRNA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일단 부스터샷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오미크론에 특화된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화이자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기업 바이오엔테크는 앞서 오미크론 변이 백신을 6주 내로 개발할 수 있고, 100일 내로 초기 생산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더나도 90일 이내로 임상물질 생산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기존 변이 바이러스 염기서열로만 바꿔주면 해당 변이주에 대한 백신을 바로 만들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덕분이다. 물론 사후 대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부스터샷을 함께 활용하면 효과가 커질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 아이진의 조양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mRNA 백신은 팬데믹 속에서 변이 상황을 바로 따라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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